감꽃 /장석남
감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엔
이 세상에 와서 울음 없이 하루를 다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는 믿을 수가 없다
감꽃이 저렇게 무명빛인 것을 보면
지나가는 누구나
울음을 청하여올 것만 같다
감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는 마당에
무명 차양을 늘인 셈이다
햇빛은 문밖에서 끝까지
숨죽이다 갈 뿐이다
햇빛이 오고
햇빛이 또 가고
그 오고 가는 여정이
다는 아니어도 감꽃 아래서는
얼핏 보이는 때가 있다
일체가 다 설움을 건너가는
길이다
-----------------------------------------------------
엄니가 이 세상에서 젤 이쁜 줄 알았지. 아비가 이 세상에서 젤 무서운 줄 알았지, 돋보기를 쓴 할배는 이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줄 알았지. 대나무 평상에는 감꽃이 바람에 휘둘러 떨어져 날아왔지. 저 가지 끝 잎사귀에 싸인 조롱조롱 새끼들은 배고프게 매달려 있었지. 배시시 이빨이 우릴 닮았지. 이파리 틈새의 봄 햇살은 더 눈부셨고 누런 보리가 익기를 시작했지. 도회지로 나간 누나는 소식이 없고 봄 햇살의 오라기 마다 설움이 한 가닥씩 걸려있었지. 무명 빛으로 소박한 감꽃은 애써 맑았지.(주강홍 진주예총 회장)
감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엔
이 세상에 와서 울음 없이 하루를 다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는 믿을 수가 없다
감꽃이 저렇게 무명빛인 것을 보면
지나가는 누구나
울음을 청하여올 것만 같다
감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는 마당에
무명 차양을 늘인 셈이다
햇빛은 문밖에서 끝까지
햇빛이 오고
햇빛이 또 가고
그 오고 가는 여정이
다는 아니어도 감꽃 아래서는
얼핏 보이는 때가 있다
일체가 다 설움을 건너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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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가 이 세상에서 젤 이쁜 줄 알았지. 아비가 이 세상에서 젤 무서운 줄 알았지, 돋보기를 쓴 할배는 이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줄 알았지. 대나무 평상에는 감꽃이 바람에 휘둘러 떨어져 날아왔지. 저 가지 끝 잎사귀에 싸인 조롱조롱 새끼들은 배고프게 매달려 있었지. 배시시 이빨이 우릴 닮았지. 이파리 틈새의 봄 햇살은 더 눈부셨고 누런 보리가 익기를 시작했지. 도회지로 나간 누나는 소식이 없고 봄 햇살의 오라기 마다 설움이 한 가닥씩 걸려있었지. 무명 빛으로 소박한 감꽃은 애써 맑았지.(주강홍 진주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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