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던져주는 메시지
코로나가 던져주는 메시지
  • 경남일보
  • 승인 2020.05.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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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지구촌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이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단기간에 전 세계로 확산됐고,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더 증폭된다. 그리고 진행도 이전에 전염병이 유행했던 상황과 판이하게 다르다. 페스트, 콜레라, 장티푸스, 스페인 독감 등의 전염병은 후진국, 비위생국, 미개발도시에 더 큰 피해를 주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오히려 선진국이면서 의료체계가 잘 구축된 인구밀집도시에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전 전염병의 팬데믹이 인구와 산업을 도시로 집중·밀집화시켰다면,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지방으로 분산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최선의 처방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거리두기, 자가격리는 단기적인 처방일 뿐 근본적인 처방대책이 될 수 없다. 장기적으로 거리두기, 자가격리를 계속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염병 발병시에도 대응이 가능한 규모로 인구와 산업 등을 분산하는 것만이 근본대책이라는 게 코로나가 던지는 있는 메시지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기존 질서를 바꿔놓을 것이라는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코로나는 인구 밀집지역에 발병했고, 피해도 상상 이상이다. 반면 인구 및 재원이 밀집되지 않은 도시는 코로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변화가 예고됨에도 우리나라가 이를 대비하고 있는 방향과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다. 코로나 이후 변화 기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인구가 밀집되고, 산업이 집중화된 대도시가 생존에 유리했으나, 이제는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 됐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는 감염자가 발생하면 접촉자가 너무 많아 전파경로 파악과 접촉자 통제가 어려워 피해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인구와 산업이 밀집된 뉴욕, 런던, 도쿄 등 거대도시에 사망자와 확진자가 더 많이 발생했고, 피해가 더 컸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또 신종, 변이종, 진화된 바이러스의 출몰도 더 잦아질 것이 예고되고 있다. 언젠가 코로나 보다 더 전파력이 강하고, 확산력이 더 빠른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밀집된 도시는 코로나 보다 더 큰 희생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지역은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이다. 수도권이 무너지면 나라 전체가 무너질 만큼 밀집·집중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수도권에 전염병이 확산되면 다른 나라가 겪고 있는 피해와는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수도권에 뉴욕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행히 코로나에 잘 대처한 탓에 수도권에 코로나 전염병 확산을 막았지만 뉴욕, 런던, 도쿄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최선의 대처법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 등 재원들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제2, 제3의 코로나가 발생해도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면 수도권에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면 국가가 끝장난다.

코로나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밀집돼 있는 도시의 인구와 산업 등을 분산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중앙정부는 리쇼어링기업의 수도권 유치를 위한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국회는 분권·분산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상정 조차 하지 않았다. 코로나가 분산·격리하라는 메시지를 던졌건만 정부와 중앙정치권은 이를 아예 무시한 것이다. 지방으로 분산하려고 하기 보다는 수도권에 더 집중·밀집화하려고 하고 있다. 밀집·집중화된 세계 주요국가 거대도시들이 코로나로부터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 처럼 어리석게 행동하는 대한민국이 한심하기만 하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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