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체 활성화, 왜 필요한가?
마을 공동체 활성화, 왜 필요한가?
  • 경남일보
  • 승인 2020.05.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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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 센터장)
지난 2014년,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언을 견디지 못해 우울증을 앓다 분신자살로 숨져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국민이 아픔과 슬픔을 느끼며 경비원의 노동인권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면서 의식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뒤따랐다. 하지만 공동주택에서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입주민과 경비원 사이의 폭언과 폭력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강북구 아파트의 경비원 자살 사건을 통해 아직도 크게 변화되지 않은 인권침해의 어두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의 예방을 위해서는 경비원의 노동인권 개선에 대한 방안 마련과 함께 입주민과 경비원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언과 폭력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이와 더불어 입주민과 경비원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여 삶의 질을 높여가는 아파트 주민의 집단적인 활동 즉,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가 병행되어야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정부 정책이 ‘내 집 마련’에 초점을 두고 단순히 아파트의 공급에 치우쳐 이웃과의 단절, 공동체 의식 결여, 주택의 폐쇄성 등으로 입주민들 간 교류 상실이라는 문제를 초래했고, 이러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소통하는 건강한 주거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사례로 서울시에서는 2011년부터 자치구에 커뮤니티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2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 2014년 주민리더 교육사업, 2015년 공동주택 한마당 행사 등 다양한 사업, 2017년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사업들을 전개해 왔다.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우수사례로 선정된 아파트들의 공통점은 입주 시 공동체 시설이 충분하지 못했으나 용도변경 혹은 기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고, 모두 외부의 경제적 지원 없이 입주민들의 봉사로 시작한 아파트였다. 이후에도 아파트 관리비를 활용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지자체의 공모 사업비와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며 사업을 운영했다.

위와 같은 공동체 활성화 우수사례 아파트에 대한 사례를 바탕으로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이 마련 및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단지 시설 및 프로그램 이용을 인근 주민에게도 개방한다. 2017년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아파트 입주민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라 입주민만 사용하던 주민공동시설을 인근 공동주택 단지 입주민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단지 시설과 프로그램을 이웃에게 개방하면 참여자 확대로 시설유지비 충당이 가능하고 지자체 재정 지원이 용이해지며, 각 아파트 네트워크 연결까지 가능해질 것이다.

둘째, 공동체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단지 내 시설 부족으로 주차장, 공실 공간 등을 용도변경하거나 입주자대표회의실을 다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동체 공간 수요 충족을 위해 용도변경 행위 허가 기준이 완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운영비를 확보하고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사업 우수사례 아파트에서는 판매 및 강의 수강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인건비로 사용하기보다는 시설 신축, 기자재 구입 등에 사용해 사업을 지속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와 같이 관리비에서 지출되는 지원금을 최소화해 관리비 사용에 대한 입주민 불만을 줄이고 지자체 지원, 공동체 전문가 조력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넷째,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견인할 수 있도록 관리사무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관리사무소는 공동주택 내 유휴시설 파악 및 공동체 사업 공간으로의 용도 변경 등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입주민 간 갈등 조정 프로그램 기획, 단지 내 게시판 및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해당 사업 홍보 등 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기획과 홍보 등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러한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도모한다면 하나의 아파트 단지에서 나아가 이웃 아파트 단지, 지역사회 전체로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날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지난 4월 ㈔경남사회혁신가네트워크가 위탁받아 걸음마를 시작한 ‘경남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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