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 일당 독주 체제 우려
거대여당 일당 독주 체제 우려
  • 경남일보
  • 승인 2020.06.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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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국가적 위기 속에 닻을 올린 21대 국회는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 무려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독주 속에 출발했다. 유권자의 심판에 의해 구성된 국회의석 분포지만 벌써부터 거대 여당이 힘의 논리만 믿고 폭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국회운영이 우려된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180석을 확보해 민주화 이후 유례없는 ‘공룡 여당’으로 발돋움했다. “개헌만 빼고 뭐든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국회를 이끌어갈 의장단·상임위원장은 오는 5일·8일까지 각각 선출토록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 180석의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과 제1야당인 103석의 미래통합당이 협치의 출발인 개원을 위한 원 구성 협상에서 기존 관행대로 법사위와 예결위 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배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도 한다. 법사위·예결위는 입법·예산의 통로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장이라 전통적으로는 거대 여당에 맞서는 야당이 마지막으로 실력행사를 하는 견제의 자리로 여겨왔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관행을 깨고 “지금 의석수가 절대적, 안정적 다수”라며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18개 전석의 ‘싹쓸이 독주’,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는 주장에 야당은 “횡포라며, 국회를 해산하는 게 낫다” 한다. 초유의 단독개원도 불사하겠다는 ‘선전포고’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도 민주당의 유례없는 압승과 당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과 이번 총선까지 승리, 중앙정부·지방정부는 물론 입법부 권력까지 거머쥐었다. 사법부도 현 정부 들어 구성원이 대거 교체된 친여 성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촛불 민심을 온전히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탄탄대로가 열렸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무소불위 권력에 대한 우려도 한다. 야당은 김종인 비대위가 내년 4월 7일까지 구성했지만 대선후보도 없고, 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제1야당을 재건하는 일에 ‘파괴적 혁신’을 실천에 옮길 때다. 탄핵 이후도 달라지지 않은 보수 야당에 대한 민심의 단호한 심판은 여당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당의 승리를 모든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한 지지로 해석, 오만·독주로 흐른다면 언제든 배를 뒤집는 사나운 민심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가 코로나로 20%나 감소했다.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는 반 토막이 났다. 통계상 지난달에 47만6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쉬는 휴직자까지 합치면 무려 16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초선이 151석으로 절반이 넘지만 국회의 정당별 의원수는 거의 민주당 단독 드리블이나 마찬가지다. 독주가 가능하나 무거운 책임도 뒤따르는 구도가 됐다. 야당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제3당 세력이 소멸, 양당 체제로 재편됐다. 거대 여당이 의석수만 믿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소수 야당은 수적 열세를 만회하려고 강경 투쟁에만 매달리면 정국의 파행이 잦을 수밖에 없다. 국민 지지 확인으로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정책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리멸렬한 야당의 견제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권의 독주도 우려된다. 일당 독주 체제에 ‘서늘한 두려움이 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의석수에 도취, 오만함을 보여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패했던 ‘열린 우리당의 아픔’을 재연하지 말자는 교훈을 잊어선 안된다는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 거대 민주당은 오만·독주를 경계,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정부·여당의 오만과 반시장 독주 우려도 나온다. 거대여당은 ‘힘의 유혹’를 버려야 원 구성이 순조롭게 된다. 여야는 양보와 타협으로 ‘개원’ 날짜를 지켜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을 동반자로 존중해야 초당적 협력이 가능해진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협치 약속이 꼭 지켜져야 한다. 슈퍼여당이 일방 독주하면 ‘일하는 국회’는 요원해진다.
 
이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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