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포리스토피아로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경일포럼]포리스토피아로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0.06.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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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문명인이란 보다 경험이 많고 보다 현명해진 야만인일 따름’이라고요. 이 말에는 포리스토피아란 말이 숨어 있습니다. 포리스토피아를 위해서는 숲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들이 인간과 그 숲에 생존하는 모든 동식물들의 삶에 가치가 있으며, 또 그 가치가 유한 무한으로 펼쳐져야 합니다. 그로 인해 생활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숲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들, 나무를 비롯한 온갖 약초나 산채들 그리고 이용 가능한 온갖 동식물들, 그것들이 지속해서 생산되고 균형을 이루며 적절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거기에 첨단과학이 연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 포리스토피아에서는 자연의 정신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천연 학습장에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이 정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살되 행동이 자연스럽지 않다면 그것처럼 모순된 삶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은 현대적이면서도 그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인성, 바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정신을 심어 줄 수 있는 교육, 그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또 그대로 살 수 있다면 태어나면서부터 그러한 교육을 받은 사람은 결단코 자연에 메스를 들이대거나 자연에 핵폭탄을 쏟아붓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생존을 위하고 생존을 거듭하기 위한 동식물의 죽임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먹이사슬의 관계이지 자연을 파괴하고 해치는 일은 아닌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살기 위해 동식물을 죽이는 것이지, 먹기 위해 즐기기 위해 동식물을 마구 해치는 것은 아닌 것이죠.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숲과의 교감을 가지고 숲에서 자라고 숲에서 삶을 영위하고 교육을 받는다면 그것처럼 온전한 삶이 또 어디에 있는단 말입니까.

포리스토피아를 위해서는 인간의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지 않는, 자연의 기준에서 바라보는 숲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 파괴된 산림을 복원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세월을 쏟아부어야 하듯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일정한 공간, 계획된 공간에서만 가능하도록 할 뿐이지 마구잡이 식으로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정한 계획 프로그램 하에서 자연을 대하고 숲을 관리하고 다룬다면 그 숲은 인간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속성 있는 건강하고 멋진 숲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숲의 모델이 있고 생존전략이 있습니다. 아름드리나무로 쭉쭉 하늘 높이 솟아 올라간 전나무나 소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구불구불 하지만 멋들어지게 자란 소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는 좋은 숲의 모델은 결국 아름답다는 미감과 그것이 내게 어떠한 편리와 혜택을 줄 수 있느냐의 생활적 감각으로 귀속됨을 볼 때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숲도 있고 또 천연으로 가꾸어진 숲도 있고, 또 그 인위와 천연이 공존하고 어우러지는 숲도 있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은 여유롭고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숲의 모델은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모델을 전형으로 하고, 또 그 전형은 천혜의 자연이 갖춘 자연미에 인위적인 멋을 곁들인 혼합적인 숲이 되어야 할 필요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포리스토피아는 있는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산촌이 모두 포리스토피아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두루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포리스토피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이미 늦은 시기입니다. 과거 사방(砂防)의 시대에 이미 포리스토피아의 계획은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기에 지금 포리스토피아는 요원한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욱더 지금 당장이 포리스토피아를 만들어야 할 시기이고, 그 계획을 차근차근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악화로 뉴딜정책을 쓰려고 합니다. 그 뉴딜정책을 포리스토피아를 만드는데 썼으면 합니다. 숲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첨단과학과 숲이 함께 하는 세상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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