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항공 산업, 발상의 전환이 필요
위기의 항공 산업, 발상의 전환이 필요
  • 문병기
  • 승인 2020.06.03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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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시작된 위기가 전 세계 항공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나라마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여객 수요가 60%나 급감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시작된 항공사의 경영난은 항공 산업 전반에 도미노처럼 위기를 불러왔다. 여객기가 운항하지 못하면서 항공기 제조업체가 타격을 입었고, 이는 부품제조업체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항공 산업의 위기가 지속될 경우 전 세계 2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으니 허투루 넘길 사안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최우량 기업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GE 조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력의 25%인 1만3000여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보잉 또한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6% 감소하면서 8000여억 원의 적자와 인력의 10%를 감원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세계적 항공 산업 위기는 나비효과가 되어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고용위기가 심각해지자 항공, 해운, 자동차, 조선 등 7대 기간산업에 40조원 이상을 투입, 대규모 실업사태를 막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항공부품 제조업은 7대 기간산업에 포함되지 못했다. 당연히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보니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 정부의 관심에도 부품제조업체들은 소외된 채 아사 직전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항공 산업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사천지역 항공부품업체들의 1분기 매출이 작년 대비 70%가 줄었다. 이들 영세 업체는 더 이상 버틸 힘을 잃고 문을 닫고 있으며 근로자들은 실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1만2000명의 근로자 중 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돼,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 짐작조차 어렵다.

항공 산업은 미래의 신 성장 동력산업이다. 군수산업으로 걸음마를 뗀 우리나라 항공 산업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여객기 부품을 생산하면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보잉737맥스의 잇따른 추락사고와 코로나로 인해 이들 항공사의 생산이 줄어들면서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국내 항공 산업 위기의 핵심은 물량확보가 관건임을 이번 사태로 인해 깨달았고, 물량난이 해소되면 고용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항공업체들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서는 해외의 민수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사실도 여실히 증명했다.이제는 정부가 해법을 내놔야 한다.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군의 계획된 물량의 조기 집행과 정부기관의 국산 항공기 구매가 해법이 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KAI가 생산하는 다목적 헬기 수리온 제작에 참여하는 업체수가 1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이번 사태로 위기에 빠진 민항기 부품 제작업체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역설적으로 수리온 생산을 늘리면 물량 난으로 경영과 고용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부품제조업체들을 살릴 수 있다는 뜻이 기도하다.

하지만 과거에 얽매인 채 ‘무조건 외국산’이란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한 집단들이 있다. 국산헬기로 모든 임무수행이 가능함에도 입찰도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소방본부나, 성능 운운하며 외국산에 목을 매는 군이 특히 그렇다.

여기에 경제성과 산업파급효과는 무시하고 외국산이 최고란 여론을 형성하는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와, 그에 동조하는 언론매체들이 활개 치는 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위기 극복과 항공 산업 발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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