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경계의 미학 ‘스푸마토’
[천왕봉]경계의 미학 ‘스푸마토’
  • 경남일보
  • 승인 2020.06.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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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루브르의 상징 ‘모나리자’를 팔아서 코로나로 파산직전에 놓인 프랑스 문화예술계를 지원하자는 제안이 나와 논쟁이라 한다. 가격은 500억유로 우리 돈으로 67조원 규모다.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지만, 명작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보는 각도나 사람에 따라 웃는 표정으로 또는 우울한 표정으로 보이는 ‘모나리자’의 신비함은 어디서 나올까.

▶전문가들은 ‘스푸마토(sfumato)’기법이 연출한 신비함이라 평한다.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는 부분은 윤곽선을 없애 어두운 배경 속으로 스며들게 하고, 반대로 드러낼 필요가 있는 부분은 빛을 받게 하여 환하게 표현했다. 빛과 어둠의 변화에 경계를 허물어 불후의 명작을 빚어낸 것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본능적 방어기제로 작동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조용한 전파는 여전히 마음을 움츠려 들게 하는 경계심을 갖게 한다. 정치로 찢어졌던 민심은 이제 특정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극명하게 엇갈린다. 진영논리에 매몰된 확증 편향적 궤변은 팬데믹으로 멍든 가슴을 더욱 미어 터지게 한다.

▶오백년 전 다빈치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회화 기법을 시도한 것처럼 경계를 허무는 통섭의 지혜가 필요한 요즘이다. 각기 다른 색채나 형태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는 리더십과 팰로우십이 아쉽다. 다름의 경계를 차원 높은 경지로 승화시키는 ‘정치의 스푸마토’는 요원한 것인가.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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