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농촌문제
안보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농촌문제
  • 경남일보
  • 승인 2020.06.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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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수필가)
매실 수확기가 되자 농가마다 걱정이 태산이다. 수확해봤자 돈이 되지 않는데다 일손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날을 잡아 도시에 나가있는 자식들을 불러 모은다. 지금은 마늘, 양파수확에 이어 매실 따기가 겹친 봄 농번기이다. 겨울농사를 마감하고 모를 심고 봄채소를 파종하기에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러나 올해도 마늘값이 파동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식당이 불황을 겪자 마늘소비가 턱없이 줄어들고 있다. 양파도 마찬가지이다.

농산물유통에 비상이 걸리자 요리스타 백종원이 나서 소비를 부추기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대파생산지에서는 대파만으로 끓인 소고기국을 선보이고 열무생산지에서는 열무 이용법이 다양하지만, 농가의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하기에는 ‘새발의 피’다. 우리의 겨울농사는 보리, 밀, 마늘 요리를 전개하기도 했다. 못난이 감자를 재벌유통업체에 부탁해 대량소비하는데 성공했지만 농가를 달래기에는 조족지혈이다. 겨울농사는 마늘, 양파로 극히 제한적인데다 한꺼번에 출하돼 해마다 가격파동을 겪고 있다. 마늘과 양파파동은 이미 동계작물 전반에 걸친 붕괴가 시작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20년 전 한중 양파분쟁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이후 계속되고 있으나 정부가 가격조절을 위해 수매로 출하를 조정하는 외에는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우리 농촌은 지금 고령화와 작물의 다양성, 대체작물개발, 농번기의 인력확보, 출하조정을 위한 유통구조개선 등 숱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일부 기업농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소영농인들은 자급자족에 급급하거나 대를 이을 방책을 못 찾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제는 도시 유휴인력에 의존하지 않으면 규모가 있는 농사는 엄두도 못내는 것이 지금 우리네 농촌의 현실이다. 특히 올해는 이러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람이동이 제한되면서 농산물의 소비도 턱없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량 소비처인 식당의 불황은 곧바로 농촌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고령화로 인해 그들이 제대로 발언할 기회가 없는데다 농사연구기관과 지원단체에서도 변화를 일으킬 아무런 대비가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땅은 있으나 일손이 없고 경작의욕마저 상실했으니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해마다 겪는 양파, 마늘파동은 집중출하와 겨울작물의 선택여지부재로 근본적 영농구조개선 없이는 치유가 불가능하다.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물밀 듯 밀려와 불과 5% 남짓한 농업에 손댈 여력마저 잃은 듯하다.

지금 우리농촌은 초고령화시대에 접어들었다. 도내에도 앞으로 소멸될 농촌이 수두룩하다.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한 집단취식과 주거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고령화와 무관치 않다. 70대 이상의 고령이 대부분인 농촌에 이들이 사망하면 뒤를 이을 사람이 없어 폐농의 길을 걸어야 한다. 일부 귀농이 이뤄지고 있으나 해마다 겪는 농산물파동과 인력확보난으로 영농의욕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이제는 고사직전의 농촌에 다시 눈을 돌려 혁명적 대책으로 전환기를 맞아야 한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세계기류변화는 식량의 무기화이다. 이미 몇몇 국가가 식량수출을 봉쇄하고 나선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적 농업위기가 오면 우리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농산물의 안정적 공수급과 생산을 위해서는 영농의욕을 고취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겨울영농의 변화도 그 중 하나이다.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고 과잉생산을 근원적으로 막으면서 작물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도시 인력의 농촌유입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농촌연구가들이 내놓고 있는 각종 방안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대로면 올해 겪은 농산물파동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고 우리네 농촌은 점점 고사해 갈 것이다. 농업도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변옥윤 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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