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폭격 거부 김영환 현충일 재조명
해인사 폭격 거부 김영환 현충일 재조명
  • 백지영
  • 승인 2020.06.04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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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서 팔만대장경 지켜낸 영웅
올 사천에어쇼 재연비행 모델로
공군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해인사 폭격 거부 재연 비행’을 예고하면서 당시 처벌까지 각오하며 미군 지시를 따르지 않은 고 김영환 장군의 사연이 현충일을 앞두고 재소환됐다.

사천에어쇼추진위는 오는 10월 ‘공군과 함께하는 2020 사천에어쇼’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킨 조종사를 기리기 위해 재연 비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6·25 전쟁 당시 하늘길을 지키기 위해 전투기에 오른 임관 5년 차 30대 조종사는 1951년 8월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납득하기 힘든 명령을 받는다. 가야산 일대에 잠복하고 있던 인민군 600여 명을 소탕하기 위해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공중에서 폭격하라는 미 군사 고문단의 지시였다.

지리산 공비토벌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사천기지에서 출격한 고 김영환 장군(1921~1954)은 “숲이 짙어 적을 판별할 수 없다”며 명령을 거부했다.

전시 상황에서 명령 불복종에 따른 즉결처분을 각오하며 편대원들에게 폭격이 아닌 기관총 사격 대체를 명했다.

그는 지난 2010년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킨 뜻을 기려 문화훈장 중 가장 높은 금관문화훈장(1등급)으로 추서됐지만 당시에는 명령불복종 문책을 당했다.

김 대령은 경위 추궁 자리에서 팔만대장경을 영국이 식민지로 삼고 있는 인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셰익스피어와 비견했다.

“우리 민족에게 소중한 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수백 명의 공비를 소탕하기 위하여 잿더미로 만들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미 군사 고문단의 항의를 받고 분노한 이승만 대통령은 김 대령을 포살(砲殺)하려 했지만 김 대령의 형이었던 김정렬 당시 공군참모총장으로부터 경위 보고를 받고 명을 거뒀다.

1949년 공군 창설 당시부터 7인 간부의 일원으로 활약해온 김 대령은 1954년 준장 신분으로 사천에서 강릉기지로 향하던 중 악천후로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34세를 일기로 순직한다.

하늘을 난 기간은 짧았지만 을지·충무무공훈장, 미 비행훈장, 미 공로훈장 등을 받은 것은 해인사 폭격 거부를 비롯해 수많은 전공을 거둔 영향이 크다.

수십 대의 전투기를 보유한 북한과는 달리 우리 군은 연락기·훈련기밖에 없던 상황 속에서 김 대령은 T-6 훈련기를 조종해 저공비행으로 적 전차·차량에 폭탄·수류탄을 맨손으로 던지는 결사 공격을 감행했다.

이후 동료 10명과 함께 F-51 전투기를 미 극동공군으로부터 인수한 그는 한국 공군 최초로 독립 편대를 이끌고 단독 출격에 나서는 등 전투기 조종사로서 활약했다.

한국 공군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최초로 착용해 제도화시킨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해인사는 명예 경남도민으로 추서된 그를 기리기 위해 ‘김영환 장군 팔만대장경 수호공적비’를 세우고 매년 추모제를 거행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고 김영환 장군. /경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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