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황제의 소금’ 프랑스 게랑드 소금
[김흥길의 경제이야기]‘황제의 소금’ 프랑스 게랑드 소금
  • 경남일보
  • 승인 2020.06.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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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랑드 소금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성경 마태복음 5장 13절에 나오는 구절이다. 소금은 인간의 삶에서 본질적인 부분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인류 사회가 발전하고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소금이 비타민과 같은 보충제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식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더 많은 양의 소금이 필요하게 되었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소비하는 소금의 양이 약 13t 정도가 된다고 하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양이다. 소금은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이기도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소금은 크게 천일염, 정제염, 재제염, 화학염, 암염 등으로 분류되는 데, 일반적으로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햇빛과 바람으로 수분을 말려서 만들어진다. 세계적인 천일염 생산국은 프랑스, 포르투갈, 호주, 멕시코, 일본 등이다. 프랑스는 매년 300만 t 정도의 소금을 생산하는 소금 강국인데 주로 지중해 쪽에서 산업적 공정을 통해서 생산되는 천일염과 암염, 기계염 등이 주종을 이루지만 전통적 수작업을 통한 천일염 생산은 대서양 쪽의 게랑드 염전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소금이 프랑스 루와르 아뜰란띠끄 지방의 게랑드 지역에서 생산된 천일염으로 고가에 팔리고 있다. ‘회색빛 나는 보석 같은 소금(Le tresor sel gris)’과 ‘게랑드의 천일염’이 그렇다. 전자는 약간 회색빛을 띠며 은은한 제비꽃 향이 나고 후자는 게랑드 지역만의 전통수작업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게랑드 지역에서는 철기시대 때, 최초의 도시가 생겨나고 켈트족이 처음으로 국가를 세운 시기부터 천일염이 수확되었다고 한다. 게랑드 지역의 염전은 다른 곳의 천일염 소금밭과는 다르게 바다에서 분리되면서 형성된 자연호수인 석호의 저장 기능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이곳의 염전은 무려 10세기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1500년 전과 거의 동일한 생산 방법을 고수하며 제조되고 있다.

천일염은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 때 염전의 바닥 양식에 따라 토판염과 장판염으로 나뉜다. 토판염은 염전이 흙바닥이고 장판염은 비닐장판이나 타일 등을 깔아 매끈한 바닥에서 소금을 생성해내는 것인데, 게랑드 소금은 주로 토판염이다. 이 지역의 갯벌은 모래성분이 많아 단단하게 다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 생성시킨 소금은 바닷물의 미네랄 외에 흙속의 미네랄, 아미노산, 유기화합물 등이 함께 들어가 이들 성분이 강한 짠맛을 내는 염화나트륨을 감싸고 있어서 독특한 향을 발산할 뿐만 아니라. 부드럽고 단맛을 내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천일염은 2년 정도 숙성시키면 최상의 맛이 나게 된다.

게랑드의 천일염은 대서양의 온난한 기후로 풍부한 일조량과 건조한 날씨, 적당한 바람 등이 어우러져 게랑드 소금은 고유한 색채와 향과 같은 특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 조건에다 혼이 깃 들인 전통적 정인정신의 생산기법이 어우러져 게랑드 소금만의 고유한 색채와 특미를 갖게 된 것이다. 염화나트륨 외에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특히 마그네슘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게랑드 소금 가운데 입자가 고운 소금에 속하는 이른바 ‘플뤠러 드 셀(Fleur de sel)’ 즉 ‘소금 꽃’은 ‘소금의 캐비어’라고 불릴 만큼 미각을 섬세하게 돋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가정에서 쓰는 식탁용 소금은 염도가 90% 이상지만, 이 소금은 염도가 83% 정도로, 하얗고 맛이 순해서 프랑스의 쉐프들이 앞 다퉈 추천하는 편이다. 부드러운 단맛과 깊은 바다 향을 품고 있어서 ‘소금 중의 소금’이라고 불린다. 특히나 완성된 요리와 함께 나오는 최고의 테이블 소금으로 루이 14세가 즐겨 사용했다 하여 ‘황제의 소금’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미식가의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금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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