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죽추(竹秋)의 계절
[기고]죽추(竹秋)의 계절
  • 경남일보
  • 승인 2020.06.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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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후 (진주시의원)
신록(新綠)으로 눈부신 6월이다. 초여름도 어느덧 우리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대숲은 가을이다.

겨울에도 푸르고 빛났던 잎들은 낙엽이 되고, 싱그럽던 줄기도 생기를 잃고 가뭄에 타는 농작물 같다.

가을을 만난 듯 누렇게 변한 대나무를 두고 옛사람들은 ‘죽추(竹秋)’라고 불렀다.

이는 새로 돋아날 죽순에게 모든 영양분을 주기 위해 일어나는 현상인데, 어른 대나무가 숲의 일원이 될 죽순을 위해 매년 봄마다 치르는 의무이고 사명이다.

유월의 신록이 눈부신 지금, 그대 대나무 숲에 가보시라!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이나 미국 등 많은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봉쇄조치도 국경폐쇄도 없이 코로나19가 진정국면에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의 이른바 ‘K방역’은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꼽혀 코로나 종식도 눈앞에 온 듯하였다.

그러나 다중 집회에서 재발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보면서 전염병 시대에 섣부른 종식 기대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확인했다.

이기적인 욕망을 앞세우지 않고 공동체를 지키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자신과 공동체를 동시에 지키는 길이다.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함께 돌아가기 위해 30도를 넘는 초여름에도 마스크를 하면서 참고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자라날 죽순을 위해 죽추(竹秋)의 계절을 견뎌내는 모죽(母竹)처럼!

코로나19 펜데믹(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 선언은 21세기 삶의 환경을 일시에 마비시켰다.

정부의 체계적인 건강보험 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 광범위한 검역과 신속한 대응에 발맞추어 국민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생활방역 등에 솔선수범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나라, 나아가 전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많이 이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수익이 줄어들어 고통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전염병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서비스업 종사자들과 현장근로자들이다.

전염병 시대에 불어 닥친 소득단절과 일자리 손실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다.

앞으로는 경제도 사람, 생명감, 안전이 먼저라는 사회적 가치를 필두로 부의 재분배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공익을 우선하는 경제모델로 사회적 약자들을 비롯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가는 전혀 새로운 한국형 복지제도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K-팝, K-방역에 이어 세계가 인정하는 ‘K-복지’라는 이름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전염병 위기가 다시 닥치더라도 우리나라가 지구촌의 상생을 이끌어나가는 주역이 될 것이다.

죽추를 지내고 마침내 죽순과 함께

혹한 속에서도 푸르고 빛나는 대나무 숲처럼!
 
정인후 (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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