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이 왜 거기서 나와’
‘봉황이 왜 거기서 나와’
  • 경남일보
  • 승인 2020.06.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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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아름답게 연출된 도시의 경관은 발길을 묶어 두는 능력이 있다. 스토리텔링이 담기면 힘이 더해진다. ICT 기술과 융합한 야간경관이 연출된 도시의 밤은 낮 보다 즐겁다. 형형색색 빛과 물이 어우러진 도시경관은 작가의 사진프로젝트 중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연장시킨다. 코로나로 침체된 관광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총력전을 펼치는 마케팅 전략이 바로 야간경관을 활용한 콘텐츠 발굴이다. 엊그제 주말 음력 윤사월 보름을 맞아 하동 송림백사장 일원에서 진행된 ‘섬진강 백사장 달마중’ 행사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야간관광 100선을 선정해서 관광활성화에 나선 것도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지자체로서는 관광소비 증가와 시민의 정서적 안정과 우범지대 감소를 통한 범죄율 감소 같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관광콘텐츠가 분명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남강과 다양한 이야기가 깃든 진주만큼 아름다운 야간경관을 연출할 수 있는 도시는 별로 없다. 그래서 시민들의 자긍심과 관심은 남다르다. 얼마 전 한 모임 식사자리에 동석한 분들끼리 벌인 뜨거운 격론이 흥미로워 글감으로 삼았다. 화제는 지난 3월 완공돼 엊그제 준공식을 한 봉곡광장의 분수와 봉황조각상. 진주시는 “작품은 비봉산의 전설을 모티브로 삼아 조각 작품 상단부에는 봉황과 알 그리고 둥지를 표현하였으며, 둥지 주위에는 오동나무 잎과 열매를 표현했다. 팔각기둥은 상승하는 이미지로 둥지를 받치고 있는 현대 도시, 미래지향적 빛의 도시 진주를 의미 한다”고 했다. 아울러 “봉황이 바라보는 방향은 비봉산 정상과 상봉동 봉알자리로 향해 비봉산에 봉황이 되돌아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조성한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전제로,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요즘 한창 유행하는 미스터트롯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빗대면서 ‘봉황이 왜 물에서 나오느냐’고 지적했다. 많은 시민들이 봉곡광장을 지나면서 ‘보기는 좋은데, 봉황이 물에 있는 것은 뭔가 좀 이상하다’며 한마디씩 한다고 전했다. ‘봉황이 물새도 아닌데…’ 언젠가 시장을 만나면 꼭 이야기 하겠다고 벼르기도 했다. 반대 쪽은 할 말은 많지만 모임 특성상 오늘은 이야기를 아끼겠다면서도 ‘진주의 스토리텔링에 적합하고 도심경관을 한층 아름답게 한 진주의 랜드마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으로 대응했다.

사실, 진주시는 몇 해 전부터 ‘봉황 스토리텔링’을 본격화 하는 모습이다. 하늘을 나는 봉황을 형상화한 말티고개의 ‘봉황교’개설 사업과 비봉산 일원의 봉황 생태숲 조성사업을 추진한데 이어 봉곡광장 분수에 봉황조형물을 설치했다. 지난해에는 시민대학 강좌에 풍수관련 전문가를 초빙해서 풍수와 관련한 진주의 미래비전을 강연하기도 해 한 번 들어 본 적 있다. 진주의 진산 비봉산을 중심으로 좌청룡 우백호로 펼쳐진 산줄기와 남강, 망진산과의 조화 속에 제대로 된 봉황의 스토리텔링을 담아 내는 게 좋겠다는 요지의 강연장에는 만석의 시민들로 열기를 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주의 부흥을 위해 혁신도시나 기업유치 등 인프라 구축과 함께 진주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다양한 스토리텔링 같은 진주 정신을 담아내는 노력에 다들 공감한다.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도 크고 많다. 그래서 사석에서의 논쟁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 진주의 힘이다. 자칫 외부 경관에만 집중하다 보면 스토리텔링이 왜곡될 수 있음을 경계할 일이다. ‘봉황은 아무리 배 고파도 죽실(竹實) 아니면 먹지 아니하고, 천리를 날아도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아니하며, 수천 줄기 샘물이 있다 해도 영천(靈泉)이 아니면 마시지 아니한다.’는 고고한 봉황의 생태 습관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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