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옥상 텃밭의 행복
[농업이야기] 옥상 텃밭의 행복
  • 경남일보
  • 승인 2020.06.09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무실 옥상에 오른다. 예전엔 담배도 피우고 빌딩으로 둘러싼 도심과 멀리 떨어진 푸른 산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지만 요즘은 다른 목적이 생겼다. 한 달 전쯤에 동료 직원들이 사무실 옥상으로 화분과 상토를 옮기더니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언제인가부터 상추, 치커리, 래디시, 고추, 방울토마토 등이 심어져 있는 것이었다. 냉각기만 있던 옥상에 갑자기 푸름이 넘쳐나는 텃밭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웃어넘겼는데 이제는 아침마다 녀석들의 건강을 확인하면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낀다.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 한편이 답답하다가도 녀석들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덩달아 이제껏 느끼지 못한 햇볕과 공기의 상쾌함을 맛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옥상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들녘에서나 볼 수 있는 나비와 잠자리, 무당벌레가 5층인 옥상까지 올라와서 채소들과 함께 한 것이다. 처음에는 옥상에서 나비와 잠자리를 보고 너무 놀라 황당했지만, 곧 기쁨은 배가되고 얼굴엔 웃음이 그려졌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바로 무시무시한 진딧물과 나방(나비) 유충 등의 해충이 침입한 것이었다. 해충이라는 강적들이 나타나면서 비상이 걸렸고 직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모았다. 화학농약을 사용하자니 환경이 받쳐 주지 못하고 먹거리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충 하나하나를 잡자니 개체 수가 많아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있었지만, 식용유, 달걀, 식초, 천연비누 등을 활용하는 천연방제제에서 해답을 찾았다. 옥상 텃밭을 통해 긴장감과 즐거움, 자신감이 밀려온다.

최근에 취미나 여가생활, 자녀의 교육과 체험 등을 위해 시·군에서 분양하는 주말체험 농장을 활용하거나 시골 등에서 작은 텃밭을 운영하는 도시농업인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텃밭에 재배하는 채소로는 상추, 배추, 파, 깻잎, 쑥갓 등의 잎채소와 무, 당근, 감자, 고구마 등 뿌리채소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등의 열매채소가 있다. 도시농업인들은 땅을 가꾸어 모종을 심고 물을 주면서 정성스럽게 키우는데 이를 통해 작물이 자라는 재미와 수확의 기쁨,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에서 2015~2017년 유아·아동 자녀를 둔 부모에게 텃밭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부모는 스트레스 지표인 ‘코르티솔’ 농도가 참여 전보다 56.5% 줄었고 자녀의 우울감은 20.9%p 감소했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텃밭 활동을 하면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는 9.9%p 낮아지고 자녀의 공감 수준은 4.1%p 높아졌다고 한다.

특히 올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 때는 야외의 텃밭도 좋지만, 실내 베란다나 옥상 등에서 작물을 가꾸는 것도 좋을듯하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은 갑자기 생긴 일로 한주라도 야외의 텃밭을 돌보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하게 되고 작물에는 병과 해충이 발생하여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는 큰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농업인이 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실내에서 그리고 옥상에서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된다. 늦지 않은 지금 가족과 함께 작은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길러보는 재미와 먹는 즐거움을 느껴봄이 어떨까 한다. 나는 오늘도 옥상의 작은 텃밭이 주는 소소한 행복에 감사한 하루를 보낸다.

허성용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 미디어홍보담당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