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산청지리산벌꿀 달콤한 성공시대
'세계 1등' 산청지리산벌꿀 달콤한 성공시대
  • 원경복
  • 승인 2020.06.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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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전 대회서 131개국 제치고 대상
郡 수년간 꾸준히 밀원수 심어 농가 지원
300여 양봉농가 연 300억원 넘는 소득 올려
접근성 높아 최근 귀산(歸山)인 늘며 각광
 
산청 단성 석대마을 허정기 정현자 부부가 꿀을 뜨고 있다.
지난 1897년 벨기에에서 최초로 열린 세계양봉대회. 1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는 지난 2015년 제44회 대회를 우리나라 대전에서 개최된 바 있다. 세계양봉연맹이 주최한 이 대회는 양봉 관련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다. 아시아에서는 1985년 일본과 1993년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 개최국이 됐다. 당시 세계양봉대회에는 헝가리,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131개국에서 생산된 우수한 품질의 꿀이 출품됐다.

쟁쟁한 경쟁국을 제치고 품질부문에서 1등인 대상을 차지한 꿀은 다름 아닌 지리산 청정지역 산청에서 생산된 아카시아 벌꿀이었다.

산청군은 지난 2013년부터 양봉산업의 비전과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매년 헛개와 아까시, 백합 등 다양한 품종의 밀원수를 식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귀산인 등 귀농·귀촌인들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이유로 양봉농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우수한 품질과 적극적인 투자로 다시 한번 날갯짓을 준비 중인 산청의 양봉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지리산 산청 벌꿀’

지난 2015년 대전에서 열린 제44회 세계양봉대회에 출품된 산청 벌꿀은 아카시아 벌꿀 2점이었다. 이 벌꿀은 유럽과 북미 등 전통적인 벌꿀 생산 강대국을 제치고 품질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 131개 국가 중 품질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탁도(벌꿀의 흐린 정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타 잡화꿀의 어두운 색과 달리 맑은 색깔을 나타내며 단일 아카시아에서 채밀된 우수한 벌꿀임이 공인된 것이다.

산청지역의 벌꿀 농업법인과 산청군은 세계대회 대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산청 벌꿀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질적 성장뿐만 아니라 양적 성장도 이뤄냈다. 지난 2003년 86농가에 불과했던 산청지역 양봉농가는 2015년 186농가, 2020년 300여 농가로 크게 늘어났다. 양봉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농가까지 합하면 350여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산청 벌꿀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더 있다. 지난 2018년 11월에는 제23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조균환(現 산청군의회 운영위원장) 前 (사)한국양봉협회장이 양봉농가 소득증대와 사양기술 향상을 위해 힘써온 공로로 석탑산업 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사)한국양봉협회장을 역임하면서 농가의 벌꿀 생산량 증가로 발생한 재고(약 2600t)를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해소했다.

또 화분(花粉) 소비촉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예년보다 200% 이상 소비량을 높여 양봉농업인 소득증대에도 기여했다.

특히 전국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와 양봉대학 등의 강사로 나서 양봉 농업인으로 쌓아온 노하우와 지식을 전국 양봉생산농가에 전해 국내 사양기술 향상에도 이바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청 시천면 양봉농가 김인우씨 화분수확
산청 단성면 석대마을 허정기씨가 꿀을 뜨고 있다.

◇밀원수 식재로 양봉농가 氣 살리는 산청군

산청군은 이처럼 최근 늘어나고 있는 지역 양봉농가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밀원수 식재, 전문교육 실시 등 양봉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산청군양봉협회에 등록돼 있는 양봉농가는 약 300여개. 이들 농가는 협회 추산 연간 30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예전에는 양봉업의 주요 소득원이 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다분화되는 추세다. 벌의 먹이이자 피로회복과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벌화분, 항산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폴리스, 로얄젤리와 봉독 등 다양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꿀벌은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작물 중 71%를 수분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밀원수 식재는 지구 생태계 보존은 물론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도 공헌하는 꿀벌의 먹이를 공급하는 일이기도 하다.

군은 밀원수 식재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지난 2013년부터 헛개와 아까시, 백합 등 다양한 품종의 밀원수를 군유림 중심으로 심고 있다.

군은 지난해에도 시천면 사리 일원 10㏊규모의 산림에 헛개나무 1만4000그루와 아까시 1만4000그루을 식재했다. 군이 2019년 말까지 지난 6년간 확보한 밀원수림은 모두 311㏊, 74만1000여 그루에 이른다.

양봉은 최근 들어 평생직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산청양봉협회에 따르면 몇 년 사이 지역 내에서 양봉에 도전하는 농가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양봉은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일손이 많이 들지 않아 초보 귀농귀촌인들의 도전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청군은 늘어나는 양봉농가 수요에 발맞춰 지난해 가을부터 양봉대학과 전문가 초청 특강을 마련하는 등 농가 경쟁력 확보는 물론 품질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군이 진행한 양봉대학은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올해 봄 또 한 번 개최됐다. 지역 내 양봉농가와 양봉에 대해 배우려는 귀농귀촌인들의 열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아직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특히 아직까지 꿀 채취 시 인력에만 의존하는 채밀방식을 현실에 맞게 현대화 할 필요가 있다. 지역 양봉농가들은 탈봉기 등 기계를 도입하면 노동력 절감과 농가소득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선화 한국양봉협회 산청지부장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우리 산청은 맑고 깨끗한 환경과 함께 지자체의 적극적인 밀원수림 조성으로 품질 좋은 꿀과 화분 등 양봉 제품을 생산하는데 최적지”라며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밀원수 등 경제림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귀농귀촌 후 갓 양봉을 시작하는 초보양봉인 육성에도 힘쓸 것”이라며 “앞으로도 양봉은 물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경복기자

 

산청 삼장 소재 영농조합 지리산벌꿀 제품
산청군 생산 벌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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