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삐라 금지법
[천왕봉]삐라 금지법
  • 경남일보
  • 승인 2020.06.1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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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백두대간 갈령 가는 길에 전차 형상을 한 건물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 벌어진 상주 화령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화령전승기념관이다. 지난 4월 여기서 열렸던 보이지 않는 전쟁, ‘삐라’ 기획전을 잠시 둘러본 적 있다. 삐라의 추억 여행 같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전쟁 중에 항공기나 포탄을 이용해서 피아간 적진에 무차별 뿌려졌던 삐라는 다양한 형태로 전해진다. UN군은 당시 세 종류 25억 장의 삐라를 제작해 북한군과 북한 주민, 중공군을 대상으로 살포했다. 북한군과 중공군도 삐라를 만들어 엄청난 물량을 뿌렸다고 한다. 소리 없는 전쟁의 실상을 느끼기에 충분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셈이다.

▶삐라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쳐 60·70년대는 남북한 체제경쟁 목적의 프로파간다적 성격이 주류였다. 90년 때까지 이어졌던 삐라는 이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형태로 변천했다. 삐라는 종이로 된 작은 전단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쟁 이후 남·북한의 사회·문화가 서로 어떻게 변천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근현대사의 미니어처라 할 수 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김여정의 ‘삐라 담화’ 이후 성급한 ‘삐라 금지법’ 추진이 논란이다. ‘최고 존엄만은 목숨을 내대고 사수할 것’이라는 북은 이제 남북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시키는 강공책을 들고 나왔다. ‘군을 동원해서라도 대북전단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비판하는 여론이 상존하는 착찹한 ‘호국보훈의 달’이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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