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맴도는 페미사이드
주변에 맴도는 페미사이드
  • 경남일보
  • 승인 2020.06.1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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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female)과 살해(cide)의 합성어로 여성 혐오적인 살해, 동기와 이유가 오로지 여성이라는 점만으로 살해당하는 것을 뜻한다. 1976년 제1차 여성 대상 범죄 국제재판에서 다이애나 러셀이 처음으로 공식화한 언어이다. 생소한 이 용어가 최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얼마 전, 창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여성이 10여 년간 스토킹을 당해 오던 남성에게 결국 살해당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성에게 구애한 뒤, 여성이 구애를 받아주지 않으면 그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만연하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이것이 ‘여성이어서 당한 것’이 아닌 단순 살인사건으로 치부한다.

여성이 피해자인 살인 사건을 ‘페미사이드’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 있어, 혹자는 ‘남자도 살인사건을 당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허나 10여 년 동안 누구에게도 말 못할 불편한 시각을 오롯이 혼자 견뎌낸 고통의 종지부는 죽음이었다. 그렇다고 사회나 정부는 스토킹으로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을 대변하여 두 팔 걷고 나섰는가. ‘스토킹 범죄 처벌법’은 15대 국회부터 관련 법안이 제출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까지 20년 넘는 세월동안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매번 폐기되고 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을 경범죄로 처벌하기 시작한 2013년 312건을 시작으로 2014년 297건, 2015년 363건, 2016년 557건, 2017년 428건, 2018년 544건, 2019년 583건까지 증가하는 추세가 식을 줄 모른다. 이처럼 스토킹과 같은 여성을 겨냥한 범죄는 사회에 만연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라고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지난 2013년 여성 교사를 상대로 한 살인사건, 2016년 여성을 상대로 한 가락동 살인사건,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여성을 상대로 한 왁싱숍 살인사건 그리고 오늘날 창원 여성 살인사건. 이 모든 사건에서 그간 여성들을 겨냥한 살인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나 언론에서는 이를 어떻게 바라봤냐가 관건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겪는 일상 속 지나친 공포감을 외면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이지만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공중화장실 포비아’, ‘택시 포비아’를 겪으며 살아가는 것은 바로 여성이다. 그간 외면 받아온 ‘스토킹 범죄 처벌법’ 법안 마련을 시작으로 여성들이 여태 받아온 불안감을 타파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조아름(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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