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와 ‘카미노 블루’
코로나 시대와 ‘카미노 블루’
  • 경남일보
  • 승인 2020.06.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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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요즘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코로나 판데믹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우울과 상실의 감정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현상이다. 마치 영국 사람들이 차가우면서도 습한 북대서양의 겨울비로 심한 우울증을 보이는 ’윈터 블루(Winter Blue)’처럼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울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다. 끝없이 이어진 길을 마냥 걷고, 푸른 하늘 위에 무심히 흘러가는 뭉게구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이 행복해 진다. 그래서 ‘코로나 블루’를 벗어나기 위해 다들 자연을 찾아 가는 가 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하나금융연구소가 카드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행태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잘 나나타나 있다. 1분기 매출이 항공사는 45%, 여행사는 59%, 호텔업계는 50% 정도가 감소된 반면에 캠핑용품은 46%, 자전거는 45%가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다. 바야흐로 트레킹과 캠핑의 시대가 부활하고 있다. 자전거 회사의 주식은 폭등하고, 차안에서 자는 캠핑인 ‘차박’이 유행하고 있단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다 준 역설이다. 이참에 필자가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국장 시절에 목숨을 걸고 추진했던 ‘지리산둘레길’이나 ‘동해안해파랑길’과 같은 장거리 트레킹 길과 4대강 자전거길 등 국토종주자전거길이 더욱 활성화되어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실 ‘코로나 블루’를 꺼낸 것은 ‘카미노 블루(Camino Blue)’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 온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이 가져다 준 감동에서 헤어나지 못해 한동안 멍하게 지내게 되고,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리워 또 다시 길을 나선다는 증후군이 ‘카미노 블루’다. 필자도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 2800km를 두 번에 걸쳐 종주한 바가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마음의 고요, 프랑스 중남부 고원지대의 광활한 대자연의 아름다움, 천년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경이로운 마을과 도시,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동지들과의 애환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산티아고 순례길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완전히 셧 다운됐다.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의 소비에 의해 지탱되던 지역경제가 멈춰 서 있다.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 주인과 순례자들로 넘쳐나던 생장 피에드 포르나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같은 도시는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 심히 걱정이 된다. 더구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위안을 찾고자 길을 나섰던 사람들의 무심한 강제 귀국은 또 뭐라고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최근 스페인에 있는 ‘산티아고 순례자협회’가 보내온 편지에 따르면, 6월 22일부터 프랑스와 포르투갈 국경을 재개방하고, 7월 1일 부터는 갈리시아 지역내의 공립 알베르게가 문을 열며, 산티아고 대성당을 개방하는 등 산티아고 순레길을 극히 한정적으로 재개방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숙소의 침대를 30% 정도 축소하는 등 철저한 감염대책은 마련한 듯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원래 순례길의 묘미는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과 부대끼면서 동고동락하는 것인데 그런 모습은 이제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루빨리 코로나 치료제가 나오고 바이러스가 퇴치되어 본래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돌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필자도 또 다시 길을 나서고 싶다. 내 마음의 영원한 안식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오동호/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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