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아동학대, 부모가 아니라 악마였나
창녕 아동학대, 부모가 아니라 악마였나
  • 김순철 정규균기자
  • 승인 2020.06.11 1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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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9살 아동 학대 참담...발바닥 지지고 쇠사슬로 목줄
"욕조에 물 담아 숨 못 쉬게하고 다락방에 혼자 살았다”
계부와 친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9살 피해 초등학생은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지는 폭행을 당하는 등 추가 피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긴 옷으로 가려 담임교사와 이웃도 몰라
11일 경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9살 A양 친모는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A양 발등과 발바닥을 지졌다. 이 과정에서 A양은 발등에 화상을 입었다. 계부와 친모는 물이 담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A양을 쇠막대기로 온몸과 종아리에 멍이 들 만큼 폭행하기도 했다. A양이 말을 듣지 않으면 테라스에 쇠사슬로 목을 묶어 자물쇠로 잠가 이동을 못 하게 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이를 뒷받침하는 쇠사슬, 자물쇠, 글루건, 프라이팬 등 물품을 압수한 상태다.

A양은 학대 과정에서 식사도 하루에 한 끼만 먹었다고 아동 전문 보호기관에 진술했다. 학대 피해 아동은 혼자서 다락방에 살았다고 진술해 집 안에서도 철저하게 감금된 것으로 밝혀졌다.

A양은 위탁가정에서 2년간 생활한 뒤 2017년 복귀하면서 잦은 폭행을 당했다고 아동 전문 보호기관에 진술했다. 장기간 폭행이 있었지만 긴 옷으로 상처를 가리고 다니는 등 학대 사실 드러나지 않아 담임 교사와 이웃 등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4층 베란다에서 옆집으로 맨발로 탈출
A양은 계부와 친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피해 맨발로 탈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양이 거주지인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비어있는 옆집으로 넘어가 맨발로 도망쳤다고 전했다.

A 양의 진술에 따르면 A 양의 계부 B(35) 씨와 친모 C(27)는 A 양이 집을 나가겠다고 반항한다는 이유로 이틀 전부터 A 양의 목에 쇠사슬을 묶어 베란다 난간에 고정해두고 방치했다.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는 쇠사슬을 풀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양은 쇠사슬이 풀린 틈을 타 베란다 난간을 통해 외벽을 넘어 옆집으로 이동했다. 탈출 당시 A 양의 집에는 친모와 동생들이 있었으며, 계부 B 씨는 없었다. 잠옷 차림에 맨발로 빌라 밖까지 나온 A 양은 한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게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탈출한 A양은 거의 탈진상태였다. 발견 당시 A양은 눈에 멍이 들고 손가락에는 심한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신체 여러 곳이 심하게 다치거나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A 양은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쇠사슬) 줄을 채웠고, 집안일을 할 때만 풀어줬다”고 진술했다.

◇골절·손발 화상 흔적·빈혈도
학대 정황은 A양 건강 상태에서도 확인됐다. 아동 전문 보호기관은 A양이 신체 다수 골절과 상처, 손과 발 화상 흔적을 확인했다. 또 심한 빈혈 증상도 있었다.

상습적인 학대가 있었다는 의사 소견도 나왔다. A양은 보호기관에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 학교는 가고 싶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피해 아동을 상대로 한 두차례 조사와 최초 상담 기록지 진술을 토대로 학대 사실을 확인했다”며 “계부·친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통해 아동 학대 혐의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법원 의붓동생 3명 임시보호명령
이와함께 경찰은 창녕 아동 학대 계부 B(35)씨와 친모 C(27)씨가 전날 자해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날 오후 4시 20분께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이 학대 아동 A(9)양 의붓동생 3명에 대해 임시 보호 명령 결정을 내리자 이에 항거하면서 자신의 주거지에서 신체 일부를 자해하거나 거주지 4층 높이에서 투신을 시도했다.

A양의 동생들은 태어난 지 100일이 채 안 된 갓난 아기와 6세 아동을 포함하여 모두 3명이다. 동생 3명에 대한 학대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아동들에 대한 분리는 이루어진 상태다.

자해를 시도한 계부와 친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경찰 조사는 11일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 일로 불가피하게 미루어지게 됐다. 그동안 친모는 조현병 등을 이유로 진단서를 첨부해 변호사 입회하에 조사를 받겠다고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C씨에 대한 강제 수사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창녕보건소와 협의를 거쳐 행정 입원으로 전환, 치료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등 위기아동 관련기관 합동점검
계부와 친모에 학대당한 A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 20분께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 한 주민에 의해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계부는 경찰 조사에서 쇠사슬 학대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 부인했다.

한편 경남경찰청은 최근 아동 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위기 아동 발견·보호를 위해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지자체 등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다음달 9일까지 실시한다.

경남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조하여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며, 도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순철·정규균기자 ksc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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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 2020-06-25 19:48:38
아이가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평생 아이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일이다. 아이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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