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명품 만년필 몽블랑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명품 만년필 몽블랑
  • 경남일보
  • 승인 2020.06.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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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구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그 흐름을 같이한다고 보아야 한다. 약 1만 7000여 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밝혀진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과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필기구를 이용한 인류의 최초 그림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사에 기록된 필기구로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5000년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인이 만들어 사용한 스타일러스(stylus)이다. 이 스타일러스는 나무나 금속의 끝을 뾰족하게 만든 필기구였다. 서기 500년에 새의 깃털을 이용해 만든 깃펜이 등장했다. 필기구를 ‘펜(pen)’이라고 부른 것은 ‘새의 깃털’을 뜻하는 라틴어 ‘penna’에서 유래된 것이다. 먹물을 찍어 쓰던 깃펜은 금속 펜이나 연필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럽에서 장기간 전성시대를 누렸다.

그런데 깃펜은 잉크에 계속 찍거나 담궈서 써야한다는 단점이 있고 이렇게 사용 중 잉크가 쏟아지는 경우가 있어서 불편하였다. 만년필의 기원은 10세기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거꾸로 뒤집어도 잉크가 쏟아지지 않도록 고안된 것이 당시의 만년필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중력과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만년필을 발명하여 단면도를 남긴 바 있다. 현대적 구조의 만년필은 영국의 프레드릭 폴슈가 최초로 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최초의 만년필은 잉크를 조절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1884년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Lewis Edson Waterman)이 단점을 보완한 만년필을 만들었다. 워터맨은 당시 보험원으로 일했었는데, 어느 날 깃펜으로 계약서에 서명하려던 고객이 잉크를 묻히던 중 잉크가 쏟아지는 일이 있었다. 이에 당황한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은 다시 계약서를 가져온다고 하였으나 고객은 불길한 징조라고 하여 계약을 하지 않고 가버렸다. 이에 워터맨은 잉크를 묻히지 않고 잉크를 펜 속에 저장시켜 사용할 수 있는 펜을 구상하기로 하고, 1884년 마침내 만년필을 개발하여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만든 만년필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였다. 그는 자신이 세운 만년필 회사와 개발한 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따 워터맨(Waterman)으로 지었는데, 오늘날까지도 유명 만년필 브랜드로 이어져오고 있다.

만년필은 지속으로 개량되어 제작된 필기구로서 많은 유명한 작가와 미술가에게 만년필은 종이 위에 잉크로 쓰거나 그리는 최고의 도구로 여겨진다. 만년필은 그 역사적 유래가 오랜 만큼이나 여러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해 온 필기구라고 할 수 있다. 공적인 상황이나 중요한 문서에 서명할 경우 만년필을 사용하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문필가들이나 명사들, 또는 유명 정치인들이 서명하는 순간에 목격되는 명품 만년필들이 세간의 이목을 끌곤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몽블랑(Mont Blanc)이다.

1906년 만년필에 관심이 많았던 독일의 두 친구였던 알프레드 네헤미아스(A. Nehemias)와 아우구스트 에버스타인(A. Eberstein)은 투자자인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Claus-Johannes Voss)의 지원을 받아 만년필 제조를 시작하였다. 이들은 1908년 ‘심플로 필러펜 컴퍼니(Simplo Filler Pen Co.)’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하였고, 1909년부터 고품질의 만년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몽블랑’이란 단어를 제품 이름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공유하는 해발 4807m의 몽블랑은 ‘만년설이 하얗게 뒤덮인 산(White Mountain)’ 즉 백두산과 같은 의미인데, 몽블랑 만년필은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몽블랑을 회사의 심벌과 이름으로 정했다고 한다. 오늘날 몽블랑(Mon Blanc)은 만년필을 비롯한 필기구를 비롯하여 가죽제품, 시계, 보석류, 향수 등을 제작·판매하는 독일의 명품 브랜드이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필기구 중 매출액이 가장 큰 브랜드는 미국의 파카이지만, 한 자루 당 200달러 이상의 고급 필기구 분야에서는 몽블랑이 전 세계 시장의 6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몽블랑은 세계 70개국에서 연간 100만 자루 정도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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