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장가는?
아들, 장가는?
  • 경남일보
  • 승인 2020.06.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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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란 수필가
 
혼자 사는 아들은 주말에는 화훼단지를 찾는다. 취미로 초록색 식물들을 거실에 하나씩 채우더니, 소담한 풀잎부터 몬스테라, 베고니아, 천장까지 닿는 떡갈 고무나무, 이름도 익히지 못한 식물들이 탁자를 가득 메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제주산 한라봉 나무를 들이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을 상상하며 산지에라도 간 듯 즐거워한다.

한밤중에 깨어 희미한 형광 불빛 아래 수런거리는 화초를 바라본다. 초록 잎들이 푸른 기운을 뿜어낸다. 창문 앞에 놓인 작은 함박꽃 송이가 하얗게 하품을 하는.

화초의 주인도 자다 일어나기는 마찬가지다. 한숨 자다 일어난 아들은 여기저기 식물들을 둘러보고 위치를 바꿔주며 다정한 손길을 보낸다. 새 토기에 분갈이하며 유튜브로 ‘화초 기르기’ 정보를 누이동생과 교환한다. 퇴근 시간이 되면 애들 생각으로 한걸음에 달려온다. 아들과 달리 실리주의인 남편은 화초를 많이 사들이는 것을 소비로 여기기에 놀라 손사래를 친다.

직장 생활을 하는 아들은 시간을 쪼개 쓰며 매 순간 자신을 견고히 다져가기에 여념이 없다. 꽉 조여진 생활에서 화초와의 교감은 정서적 안정과 충만함으로 기쁨을 준다. 식물을 기르고부터 부엌도 깔끔하다. 주방 기구가 서랍마다 반듯하게 놓이고 틈새 공간에 자리한 화초들이 윤이 흐른다. 신통하다. 화초에 주는 정성만큼 좋은 인연을 만나면 어미 마음도 편안해지겠다.

아들은 이십 대 후반까지는 사귀는 아가씨 이야기도 드문드문하더니, 요즘은 혼자 사는 회사 동료들 집들이 다녀온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부모님이 외손주들에게 푹 빠져있는 모습을 보며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단다. 부모 입장에서 눈물겨운 심정인지라 자식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딸은 은근하게 말한다. 아들 장가만 가면 며느리 눈치 땜에 엄마 아빠는 딸네 집에만 오게 될 거라는. 아들에게 너무 가까이서 부담을 주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충고다.

결혼이란, 단순히 남녀의 결합 외에도 가족과 사회에 대한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평생을 동고동락하겠다는 서약일 것이리라. 요즘 현실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독신 생활을 고집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이 막상 혼자 살겠다고 선포한다면 부모 욕심이라는 게, 큰일이 되어 버린다. 아직 자식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느새 아들의 나이 서른여섯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서글서글한 아들의 시원한 웃음이 초여름 청량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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