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배려
마스크와 배려
  • 경남일보
  • 승인 2020.06.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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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염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서구인들의 태도를 보면서 마치 구한말에 내려진 단발령에 대해 조선 유림들이 목을 벨지언정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는 저항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코로나 초기와는 다르지만 미국 경찰의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시위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서구인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데는 여러 가지 설명과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 마스크 생산 공장의 대부분이 아시아권에 있어서 서구는 수입에 의존해야 하므로 마스크 공급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둘째, 서구는 개인감정을 표현하는데 방해가 되는 마스크를 거부하는데 반해 동양은 자기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해서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다. 셋째,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동양은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므로 마스크를 써도 감정표현이 가능하지만 서구는 입으로 감정을 표현하므로 마스크를 쓰면 감정표현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넷째, 강수량이 많은 아시아 지역은 벼농사를 지으면서 집단주의가 발달하여 타인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삼가는데 반해 서구는 강수량이 적어 밀농사를 지으면서 개인주의가 발달하여 내가 병이 걸리든 남이 걸리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째, 동양인에게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생활필수품인 동시에 패션인 반면에 서양인에게 마스크는 병자, 약자, 감출 것이 많고, 가릴 것이 많은, 어두운 자들이 쓰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마스크가 동양의 문화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마스크를 대중화시킨 나라는 미국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창궐해 미국에서 수십만 명이 숨지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벌금과 구류형을 내리는 등 전 국민이 마스크 쓰기에 동참했다. 독감이 진정되자 다시 마스크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공자가 제자에게 인에 대해 설명한 것 중에서 논어 이인(里仁)편에 나오는 충서(忠恕)가 있다(夫子之道,忠恕而已矣). 여기서 충(忠)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실함이고 서(恕)는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자기자신에 대한 전염을 예방함과 동시에 타인에게도 전파를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한마디로 충서(忠恕)라고 하는 인(仁)의 표현인 것이다. 불교에서 자리이타(自利利他)는 자신을 이롭게 하면서 타인도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서 이를 수행하는 사람이 부처인 것이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이롭게 하는 행위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서양의 방역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전염자 수나 사망자 수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 최소한 방역 시스템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로 개인보다 집단을 배려하는 동양적 가치관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주로 노인층의 사망률이 높은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과 경로사상이 발달되어 있는 동아시아의 체계가 전체 사망률을 낮추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현대 첨단 과학기술과 의료기술도 바이러스를 막는데 역부족이라는 겸손한 사실을 깨닫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개인과 집단의 조화와 배려가 중요하다는 교훈도 알게 되었다. 하루빨리 코로나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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