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영인 창녕 국립부곡병원장
[인터뷰] 정영인 창녕 국립부곡병원장
  • 백지영
  • 승인 2020.06.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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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서비스 바뀌어야”
쇠창살 폐쇄 병동 개방형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심리상담도


“우리 국민들이 받는 정신건강 서비스는 국격에 맞지 않게 너무 후진적이에요”

창녕 국립부곡병원에서 만난 정영인(65·부산대 의전원 교수) 원장은 작심한 듯 돌직구를 던졌다. 부곡병원은 전국 5대 국립정신병원 중 한 곳이다.

그는 이곳에 벌써 2번째 원장으로 부임했다. 지난 2012년 제4대 원장으로 부임할 당시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왔지만, 올해 1월에는 책임운영기관으로 개방형 직위를 모집하는 이 병원에 적극적으로 응모해 제6대 원장을 맡게 됐다.

그는 왜 한번 거쳐 간 병원에 다시 오겠다고 마음먹었을까.

“은퇴를 앞두고 그동안 대학에서 정신과 교수로서 이루고 싶었던 걸 일선 현장에서 구현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병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정 원장은 쇠창살이 달려있던 폐쇄 병동을 개방형으로 바꾼 데 이어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홈카페, 요리시설, 노래방, 북카페 등 병원 내에 다양한 시설을 마련했다. 환자들이 현실감각을 잃지 않도록 병원 전용 카드를 만들어 원하는 물품을 매점에서 직접 결제하도록 하고 곁에서 의료진이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 등 자연스러운 사회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자 강제 입원이 싫어 탈출을 시도하던 환자들이 싹 사라졌다.

정 원장은 “정신병원의 경우 20~30년씩 장기간 입원으로 사회적 기능이 망가진 환자가 많다”며 “회복을 위해서는 수용보다는 정신·사회적 재활 치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 ‘열에 아홉’은 의학적으로 입원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제가 국립부곡병원장으로 몸담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이런 대규모 정신병원이 있는 것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아요”

하지만 증상을 떠나 달리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이 태반인 게 현실이다. 갈 시설도 받아줄 가족도 없는 이들을 무작정 내보낼 경우 다른 민간병원으로 가는 풍선 효과만 반복될 뿐이라 차라리 병원 자체를 ‘집’ 같은 주거시설로 만들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여전히 우리 국민들이 누리는 정신건강 서비스가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의 민간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이 낙후된 시설에 많은 환자를 수용하는 구조가 대표적인 문제다.

그는 “쇠창살로 무장한 폐쇄 병동에 병상도 없이 온돌 위에 환자들을 눕혀두는 구조는 화재·재난 시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진 청도대남병원을 비롯해 화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던 밀양세종병원 사례 등은 진작 예측됐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반대로 국립병원은 시설은 좋지만 이들 민간병원보다 적은 급여와 지리적 문제 등으로 만성 의사·약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국립부곡병원은 정신병원으로서의 업무 외에도 국내 유일의 약물중독진료소와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심리외상)센터를 운영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특히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지난해 안인득 사건 당시 심리외상을 호소한 주민을 비롯해 코로나19 확진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진행해 왔다.

그는 “임기 동안 정신병원은 정신·사회적 재활 기관의 역할에 충실하고, 약물중독진료소는 국내 약물치료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며 “트라우마센터는 시민들이 ‘심리적 근육’을 길러 위기시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예방 등 심리지원 중추 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정영인 국립부곡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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