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 주택은 마산의 보물이다
지하련 주택은 마산의 보물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6.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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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시인 정지용이 일제강점기에 노랫말을 쓴 가곡 ‘고향’의 작곡가 채동선, 조선 최초의 현악4중주단을 결성했고,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했던 민족음악가 채동선. 그가 1931년부터 말년까지 20여 년을 살았던 집이 성북동 주민들의 보존운동이 일어나고 있던 지난해 10월 28일 갑자기 헐렸다. 시인 정지용과 작곡가 홍난파 등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드나들었던 한국근대음악사의 소중한 산실이었다. 다행히 소설가 이태준이 1933년부터 1946년까지 13년간 머물렀던 집은 보존되어 현재는 이태준의 외종손녀가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248번지에 있는 ‘이태준 가옥’에 다녀왔다. 아담한 주택인데 앉을 데가 없을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은 성북구의 명소였다. 집 앞에는 ‘이태준 문학의 산실’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있었다. 현재 이 집은 서울특별시 민속자료 제11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태준은 이 집에서 살면서 당호를 ‘수연산방(壽硯山房)’이라 하고, ‘달밤’, ‘돌다리’, ‘코스모스 피는 정원’, ‘황진이’, ‘왕자 호동’ 등 많은 문학작품을 썼다. 1930년대, ‘시에는 정지용, 산문에서는 이태준’이라고 불릴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90년이 지난 지금은 정지용이 드나들던 채동선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태준 가옥은 찾아오는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태준과 지하련의 인연은 일제 강점기 부터이다. 발행인이 이태준인 ‘문장’지 1940년 12월호에 단편소설 ‘결별’로 지하련이 등단하였다. 마산회원구에 살았던 지하련과 서울 성북구에 살았던 이태준의 글솜씨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였다. 해방 직후 조선문학가동맹이 제정한 1946년도 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인 이태준의 ‘해방 전후’와 당선을 놓고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소설이 지하련의 ‘도정(道程)’이었다. 소설가 황석영은 이태준의 ‘달밤’과 지하련의 ‘도정’을 모두 근현대의 명단편 소설로 꼽았다. 경남문학관과 마산문학관 전시실에서도 지하련에 관한 내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마산회원구 산호동 562-1번지에는 ‘지하련 주택’이라고 불리우는 일제 때 지은 2층 고급 주택이 있다. 용마고등학교 뒤쪽인데 산호공원이 배경이다. 지하련은 이곳에서 오빠들과 함께 살면서 임화와의 만남과 동거, 출산,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결핵 치료를 하면서 작품활동을 했다. 이 집은 경상남도가 2004년에 조사한 ‘근대문화유산 조사 및 목록화 사업보고서’에도 포함되어있는 건물이다. 이미 이 건물의 보존가치는 충분히 인정되어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수년간 방치상태에 있었는데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마산역사문화유산보전회에서는 2016년 9월 29일, 경남작가회의, 가향문학회와 함께 현장답사와 보존 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최근에는 2020년 5월 22일, ‘지하련 주택, 이대로 사라지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가졌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창원시에서는 우선 근대건조물 지정과 건물, 부지 매입을 위해 집주인과 만나야 한다. 몇 년 전에도 근대건조물 지정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제대로 진전되지 않았다. 또 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에는 ‘창원시 근대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조례’ 제7조에 창원시가 근대건조물 보전을 위해 매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요즘 이 동네에는 전부터 있었던 재개발 이야기가 다시 있어서 걱정이다. 주택재개발조합의 입장에서는 설계변경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서울 성북구의 이태준 가옥을 보면 손해보다는 문화와 역사가 살아있는 명품이 될 게 분명하다. 창원시에서는 매수와 함께 조합 측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도 생각해봐야 한다.
 
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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