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역교육생태계에서 미래교육을 보다
[기고]지역교육생태계에서 미래교육을 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6.18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우석 (창원교육장)

언제부턴가 ‘교육생태계’라는 용어를 자주 쓰고 있는 것 같다. ‘생태계(ecosystem)’는 서로 의존하며 유기적으로 기능하는 동·식물이나 그들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을 의미한다. 생태계의 모든 존재들은 서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명유지를 위해 각자가 주체로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교육을 이러한 생태계로 바라본 것이 ‘교육생태계’이다. 다양한 교육활동이 일어나는 세계를 교육생태계로 본다면 학교, 학생, 교사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마을, 학부모, 지역주민 모두가 교육활동의 주체로 교육생태계에 존재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 19사태를 겪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사회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교육 현장도 그 대응 과정을 통하여 급격한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은 어쩌면 막연했던 미래교육에 한 발짝 더 다가간 느낌이다. 코로나 19사태는 우리 사회에 큰 위기를 몰고 왔지만, 한편으로는 미래사회와 미래교육에 대한 풍성한 담론도 제공한 것 같다.

지금은 원활한 원격수업 진행을 위한 정보 기기와 환경 제공,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업 콘텐츠 개발 등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미래교육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생태계로 눈을 확장해 본다면 지역사회 없는 미래교육은 존립할 수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고령화와 인구절벽에 따른 지역사회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국내·외 환경 변화로 교육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한층 더 높아진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돌봄·방과후학교·기초학력 보장·학교안전·학교폭력·고교학점제, 나아가 평생교육, 미래역량 강화 등 교육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학교 내의 인적·자원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교육 서비스의 대상을 학생만이 아니라 미취학 아동, 학교 밖 청소년, 지역주민으로 넓혀간다면 교육생태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들은 협조를 넘어 협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교육생태계의 관점에서는 학교를 중심에 두고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으로 학교를 지원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지역 아이의 성장이 곧 우리 지역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사회에는 지식의 습득보다는 지식과 정보를 실생활과 관련된 경험에 적용하고 자기만의 의미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은 가장 훌륭한 학습터가 된다.

도교육청이 2017년부터 추진한 행복교육지구는 올해 9개 지역으로 확산되어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더 많은 열의를 가지고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창원교육지원청은 2017년부터 ‘지역중심의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3개 학교에서 시작해 올해는 13개 학교로 늘었다. 한 예를 들자면 주민들과 학교가 함께 운영하는 학교협력형 마을학교 형태로 2017년에 시작된 창원 봉림동 ‘한들산들 마을학교’는 2019년 LH 아파트형 사회적 협동조합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마을학교 스스로가 자생력을 키워 마을교육공동체로 거듭난 경우라 볼 수 있다. 지역의 자원을 동원하여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 교사와 마을주민 모두가 주체로서 지역의 교육력을 높이고, 지역의 재생과 활성화를 위해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모두가 주체로 역할하며, 서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지역교육생태계의 모습이다.

이제 우리는 지역사회를 주축으로 하는 교육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모두로부터 배우며 자기주도적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 교육지원청도 교육생태계의 일원으로 학교와 교육청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협력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마을교육과정 운영과 마을교사 역량강화를 지원할 수도 있다. 지역의 많은 교육자원과 학교 교육과정의 유기적인 연결도 지원이 가능하다.

물론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한 지역교육생태계의 활성화가 미래교육의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삶과 배움이 일상화되어 자기 주도적 미래를 만들어가는 미래교육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뉴노멀 시대를 맞이한 지금, 세계는 각자의 방식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기준을 스스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19세기 서구 근대 교육을 모방했던 우리의 교육이 이제는 선진국 추격형 교육이 아니라 우리만의 방식으로 미래교육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모두가 모두와 연결되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우리 지역교육생태계에서 미래교육을 내다보게 되는 이유다.

정우석 창원교육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