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치즈의 나라 프랑스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치즈의 나라 프랑스
  • 경남일보
  • 승인 2020.06.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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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각 지역의 치즈들
프랑스 각 지역의 치즈들

 

 

치즈의 역사는 기원전 3500년경에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점토판 문서에 있는 기록을 비롯하여, 같은 시대의 오리엔트 일대의 유적에서 치즈제조용 기구로 보이는 토기가 출토되기도 하였는가 하면, 이집트의 벽화에는 치즈나 버터를 제조하는 과정이 그려진 그림 등에서 그 기원을 찾게 된다. 그리고 BC 900년의 작품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이미 치즈의 제조와 관련된 묘사가 나오는데 당시의 양젖치즈 제조법을 짐작하게 해준다. 후대에 와서는 아리스토텔레스, 히포크라테스 등이 치즈를 만드는 젖과 치즈의 영양 등을 언급한 기록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로마시대에는 농업학자 콜루멜라가 양의 네 번째 위에서 추출한 레닛으로 우유를 응고시켜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자세하게 기술해 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로마시대의 프랑스 부유층에서는 로끄포르(Roquefort)와 꺙딸(Cantal)과 같은 치즈들을 매우 즐겼다고 하는데, 로마제국이 붕괴되면서 수천 년에 걸쳐 내려오던 고급스런 치즈의 레시피와 제조 기술들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나마 속세로부터 외진 수도원 등에서 일부 치즈의 명맥을 유지하거나 제조기술을 보전하고 발전시켜 이를 농민들에게 전수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12세기에는 농가에서도 치즈들을 만들기 시작하여 각 지방과 지역별로 토종 치즈들이 탄생되기 시작하였다. 농가에서는 주로 여성들에 의해 치즈가 만들어지고 제조노하우나 기술들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축적되면서 치즈제조는 여성전용의 기술이라는 전통도 생겨나게 되었다.


“258가지의 다양한 치즈를 먹으며 사는 나라를 어떻게 잘 다스리기를 바라는가?” 프랑스를 10년 간 통치한 샤를르 드 골(Charles De Gaulle)이 한 말이다. 사실은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치즈의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하게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한다. 프랑스 유제품 협회(CNIEL)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1200에서 2380가지의 치즈가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 지방과 지역 그리고 각 지역의 농장에 따라 특산품처럼 생산되는 치즈들이 워낙 다양하고 소젖과 양젖, 염소젖 등으로 만들어지는 전통적인 치즈들이 제조 과정과 숙성 방식 및 기간 등에 따라 분류 기준과 이름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흔히 프랑스 사람들의 삶에서 빠져서는 안 될 3가지 생활필수품으로 치즈와 포도주 그리고 빵(바게뜨)을 꼽는다. 프랑스를 떠나 외국에서 생활하는 프랑스인들이 가장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치즈라고 한다. 아마도 한국인들이 외국 생활하면서 된장이나 고추장을 그리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계에서 치즈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프랑스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먹는 연간 치즈 량은 1인당 26㎏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랑인들의 치즈의 선호도 순위는 까망베르(camembert)가 첫째이고, 그 다음은 염소젖 치즈인 쉐브르, 쥐라 지방에서 생산되는 꽁떼, 사부와 지방에서 생산되는 그뤼에르와 모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리 순이다. 반면, 프랑스에서 소비량이 가장 많은 치즈는 에망딸(l’emmental), 까망베르, 그리고 라끌레뜨(la raclette)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치즈 생산량으로 보면 프랑스보다 미국이 훨씬 더 많은데, 미국의 경우는 자국 내에서 주로 소비된다. 그리고 치즈 수출량으로 보면 프랑스보다는 독일이 앞서지만, 수출총액 면에서는 프랑스가 단연 세계 최고이다. 그것은 치즈의 맛과 품질에서는 프랑스 치즈와 겨룰 수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서부 유럽국가들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소유한 나라이면서 국토의 50% 이상이 농업용지인데다가 그 가운데 20%이상이 비옥한 토질을 갖춘 목초지로 형성되어 있다. 거기에다 온화한 기후에서 6개월 이상 젖을 생산하는 가축들을 방목으로 사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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