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의 의미
부조의 의미
  • 경남일보
  • 승인 2020.06.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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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대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

 

코로나19로 그 동안 밀렸던 혼사 소식이 물밀 듯이 날아온다.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는 경조사 소식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조사에는 조의를 표하고 경사에는 축하의 인사를 하는 것이 지인으로서 마땅한 예의임에도 상대에 따라 복잡한 계산법이 뒤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부조의 행위는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축의와 조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둘 다 우리가 사회적 관계, 인간적 관계로 얽혀 더불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남의 좋은 일에 축하의 정을 보내 주고 슬픈 일에 같이 슬퍼해 줌으로써 인간관계의 끈을 더 돈독하게 해 주고 친밀하게 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50대 이후 은퇴한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조사에 대한 인식을 보면 은퇴자 83%가 경조사비가 부담스럽다고 하면서 경조사비 결정 기준으로 친분 정도가 46%, 과거 받은 금액이 42%로 나타난 반면 현재 생활수준은 2%에 불과해 경조사비 지출시 형편에 비해 무리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가 경조사에 성의를 표해야 하는 기본적 기준은 아마 친소관계와 상호부조 그리고 사회적 관계 이 세 가지가 될 것 같다. 친소관계는 과거의 친소관계보다 현재의 친소관계가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통이 없는 과거를 불러내어 굳이 부담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친소관계에 의한 부조는 상대의 부조 여부와 정도를 떠나서 자신이 부조를 함으로써 마음이 편해지면 그만이다. 의무가 아니라 정이고 마음이기 때문이다. 부조의 또 다른 기준은 상대의 부조 여부이다. 이것은 부조가 상부상조라는 뜻이니 상대가 부조를 했다면 되도록이면 부조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살아가면서 빚진 마음으로 늘 불편하다. 이것도 형편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니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는 것이 서로가 좋겠다. 그리고 현재 조직이나 사회적 관계 속에 있는 사람이고 매일 업무를 같이 한 관계일 경우는 상대가 부조를 했든 하지 않았든 작은 부조의 뜻을 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기대하기보다 현재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인연의 중요함 때문이다. 기대하는 부조는 실망을 줄 뿐이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가도 정승이 죽으면 가지 않다는 극단적 비유도 있지만 무엇을 기대하는 부조가 아니어야 한다.

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기쁜 일 슬픈 일을 수없이 겪으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럴 때마다 같이 기뻐해 주고 같이 슬퍼해 주는 수많은 이웃과 친구, 친척들이 있어 잘 살아가게 된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래서 부조에는 서로 축하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깊게 자리해야 한다. 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부조는 인간관계에서 아름다운 인생사의 하나가 되어야지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경조사 부조 때문에 마음 상하거나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조록을 보면서 정을 보낸 모두에게 감사하는 고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고 본의 아니게 뜻을 보내지 못한 사람에게도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 자기의 몫이고 자기의 업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물(物)부조보다 말부조가 말부조보다 몸부조가 더 뜻깊다는 말이 있다. 직접 찾아 축하해 주고 조의를 표하는 것이 마땅하나 세상일이 그리 쉽지만 않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의 경조사에 따뜻한 인사말 한 마디가 어떤 것보다 값진 것이 아닌가 한다.

오늘 따라 그 동안 수많은 경조사에 올바로 예를 갖추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임규홍 (경상대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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