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여행밥상]대성식당 소고기 수육
[박재현의 여행밥상]대성식당 소고기 수육
  • 경남일보
  • 승인 2020.06.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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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식당 마당에는 두 상짜리 테이블이 있다. 바람맞으며 앉아 부드러운 수육 한 점. 함양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다.
함양 대성식당 쇠고기 수육 한상이다. 양념이 엄청 쎌것 같다는 인상과 달리 부드러운 고기에 슴슴한 반찬이 잘 어울린다. 사진=김지원기자
담백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여길 가 봐야 한다. 평소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여기 소고기 수육을 먹어보면 그 담백한 고기맛이란 말의 의미를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예전에도 그런 말을 했지만, 그 지방 맛집은 지자체 직원들이 제일 잘 안다. 여기도 그랬다. 함양에서 지자체 직원들과 조사 업무를 마치고 나서 점심시간이 되니 그들이 맛집을 안내했다. 30년 전부터 유명했다는 집이다.

시내 한복판에 있고, 기와지붕을 얹었지만 허름한 집이다. 좁은 마당은 마치 시골집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방도 마찬가지다. 낮은 천장과 바닥에 장판을 깔아 놓은 모습이 어릴 때 살던 시골집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아늑하다는 느낌이랄까,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편안했다.

자리에 앉으니 이미 주문해 놓은 수육이 금세 들어온다. 지역 막걸리도 한 통 들어온다. 그런데 수육이 다른 곳에서 보던 모습이 아니다. 마치 찌개에서 건져놓은 고기 같다. 육개장 같은 느낌이랄까, 국물이 자박한 접시에 고기가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다. 대파도 듬성듬성 썰어 올려 파릇한 색을 더해준다.. 한 점 집어 입으로 가져가니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녹는다. 아마도 얼큰한 국물에 수육을 삶은 듯하다. 손이 절로 간다. 평소 채식주의자라던 기술사분도 왠일인지 고기를 잘 먹는다. 이상하다 싶어 물어보니, 고기를 안 먹으니 힘이 없더란다. 하여, 오늘은 먹어보니 다른 집 수육과는 다르게 맛나단다.

 
수육으로 호강을 마쳤으니, 국밥 차례다. 벌건 국물에 수육고기가 가득 들었다. 보기보다 부드러운 깊은 맛이다.
수육 접시 바닥이 보일때 쯤 밥과 국이 나왔다. 국이라기보다 육개장 같기도 하다. 국물이 좀 멀겋다는 걸 빼고는 말이다. 토란대를 많이 넣어 씹는 맛도 있다. 수육으로 먹었던 고기가 듬성 들어있다. 요 국물에 수육을 삶았다는 걸 알아챘다. 맛이 담백하다. 보통 육개장 하면 진한 맛이 있는데, 이건 그렇지가 않다. 강한 맛에 길들여 있던 나로서는 조금 맹한 것 같은데, 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밥을 말아 먹었는데, 그게 더 맛나다. 역시 조합이다. 따로국밥이 있듯 밥 한 숟가락 퍼먹고 국물 한 숟가락 퍼먹는 것보다, 어찌 더 깔끔할까. 그건 깍두기 맛 때문이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는 씹는 맛도 아삭하니 제대로다. 수육에 곁들여나온 파김치도 싱싱하다. 막 담근 것 같은 느낌이다. 파의 달콤한 맛이 양녕국물 머금은 수육의 어지러움을 잡아준다. 푸짐한 양념과 달리 짜지도 않다. 상큼한 깍두기가 덤으로 고기의 마지막 남아 있는 느끼함을 날려버린다. 잘 먹었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 맛이다. 찬이라고는 별로 없지만 파김치와 깍두기만으로도 훌륭하다. 다른 반찬은 곁다리에 불과하다.

함양 상림 주변이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30년을 넘게 시골집 형태를 고스란히 남겨두고 식당을 하는 집이 옛스런 맛을 더해준다. 한 끼의 밥이 주는 작은 행복을 맛집에서 느낄 수 있는 것도 복이다. 소문난 탓에 전국서 찾는 차량들이 골목에 쉴새 없이 차를 댔다가 빠진다. 서울서 왔다는 손님이 연신 수육 맛을 칭찬하는 사이, 부산서 왔다는 손님 한 무리는 오늘 고기 떨어졌단 소리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대성식당 :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용평 6길 4 (055-964-5400, 010-9329-9004)

 
주방의 분주한 모습. 창가에 놓인 국 솥이 연신 끓어대고 있다.
함양 대성식당은 좁은 골목 안에 자리잡고 있다. 점심 때를 서둘러 맞춰가지 않으면 골목에 늘어선 차들로 알 수 있듯이 빈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박재현 교수는

본보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경남과기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로 산림재해 및 산림문화분야의 연구활동과 강의를 하고 있다. 진주시 우드랜드에서 ‘박재현교수와 함께 하는 숲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접목하는 ‘숲과시’ 글을 집필중이다. 세종교양도서로 선정된 시집 ‘나무가 되고 싶은 사람’, ‘어린왕자바라기’ 등 10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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