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에 걸다
지속가능성에 걸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6.24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문환 (하동주민공정여행놀루와(협)대표)
 

 

일론머스크가 우주로 날았다. 그에게 있어서 장애물은 없는 듯하다. 있다면 오로지 자신의 상상력의 종말일 뿐이다. 그는 왜 우주로 날았을까? 이 땅 지구에 더 이상 내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은 아닐까? 당신은 오늘 같은 내일을 얼마나 확신하는가? 어제 같고 오늘 같은 세상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은 나만의 일인가?

어떤 분이 물었다. 내가 사는 동네가 어떤 모습이 되기를 원하느냐고? 그 모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고? 물론 내가 사는 동네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내가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내일도 오늘과 같은 정도의 모습이다. 성장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들은 지금으로 봐서는 정책자들이 내 거는 장밋빛 홍보물에나 가능하다. 존재 자체가 불투명한데 오늘 정도의 모습으로 존재만 가능하다면 모습이 어떤들 어떻겠는가?

내가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처음 대했을 때는 15년 전 환경업무를 맡았을 때다.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말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는 상상되지 않았다. 청결한 환경, 두 자리숫자로 발전하는 경제, 치솟는 부동산가격, 오르는 월급, 어디든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 그 무엇 하나 장밋빛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것이 없을 때였다. 이 단어는 사람을 겁주거나 학문적인 용어정도로만, 정부에 볼멘소리나 하는 환경주의자들이나 떠들어 대는 용어 정도로 치부했었다.

불과 15년도 채 흐르기 전에 나는 이 말에 무릎 꿇은 사람이 됐다. 어느 말도 이 것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없게 됐다. 이것이 담보되는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 만큼의 심정이다. 밭을 갈다가 금은보화를 발견한 농부처럼, 전 재산을 다 팔아서라도 그 밭을 샀다는 성경의 이야기처럼 내가 가진 무엇을 담보로 맡겨도 아깝지 않은 가치가 됐다.

내가 사는 동네가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던 분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원하는 ‘어떤 모습’은 사치입니다. 단지 오늘 같은 동네의 모습이 내일 지속하기만 바랄 뿐입니다 라고. 겉으로는 무성한 나무이파리처럼 보이지만 거의 잘려나간 밑둥치를 봤을 수 있다. 무엇에 씌어 헛것을 봤을 수 있다. 그렇기를 바란다. 한 발 한 발 가까워지는 단절의 시대, ‘누가 누가 잘 하나’로 승부를 가르는 시대는 성장주의 시대의 가치였다. 이제는 ‘누가 누가 오래 버티나’로 승부가 결정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오래 버티는 놈이 이기는 것이다. 씨름판이 그랬던 것처럼.

조문환 (하동주민공정여행놀루와(협)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