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훈육 아닌 범죄
아동학대, 훈육 아닌 범죄
  • 경남일보
  • 승인 2020.06.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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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 센터장)
체벌은 대개 부모가 아이들 때문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을 때, 아이를 때리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시작된다. 즉 아이를 때리면서 아이의 행동을 가르치기 보다는 부모 자신의 화를 풀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훈육을 위해서 엉덩이나 머리를 한두 대 때리는 체벌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멍이 들 정도로 심하게 때린다거나 발바닥을 바늘로 찌른다거나, ‘너 같은 아이를 괜히 낳았으니 죽어버리라’고 말을 하는 것과 같은 심한 아동학대로 진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러한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애착관계에서 문제를 겪게 되고, 이후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발달 지연과 성인기의 성격 및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한다. 결국 체벌이 아이를 올바르게 훈육하려는 교육적인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하더라도, 아이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나 가능성이 있다면 아동학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사례는 2001년 2105건이었으며, 2014년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섰고 2017년 2만2367건으로 3년 만에 약 10배 증가했다. 아동학대 사례가 단기간 급증한 이유는 신고의무자의 신고와 국민들의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커져 신고 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들이 관심에도 불구하고 학대로 인해 숨진 아동 수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102명이었으며, 이 중 85%는 주검이 되고 나서야 학대 피해를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동학대 사례 증가로 나타나듯이 아동학대 징후를 의심하는 신고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발견하지 못하는 ‘위기 아동’이 많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연도별 사망 아동 수는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이었지만, 사망 이후 신고 된 아동 비율은 2016년 80%(29명), 2017년 87%(33명), 2018년 89%(25명)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숨진 뒤에야 피해 아동으로 집계된 이들에 대해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다 숨지거나,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는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인한 피해 아동”이라고 설명했으니 아동의 사인을 확인하기 위한 부검률이 13%(2016년 기준) 안팎인 것을 감안한다면 부검을 하지 않아 사망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아동학대 사례도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현재 아동보호 체계는 학대 의심 신고를 해야 공적 개입이 시작되는 형식으로 처벌에만 중심을 두고 있어 아주 심각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사례에 대한 신고를 고민하게 되고, 신고가 미뤄지는 사이에 학대를 반복해 겪다가 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볼 때 경미한 학대·방임이 확인되었을 경우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예방 기능을 더욱 강화한 아동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반복된 학대로 인해 사망하는 아동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아동학대 사건은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신고하지 않으면 드러나기 어려운 만큼, 적극적인 신고가 아동학대를 예방한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활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신고 이후’의 시스템 대처 개선과 함께 2019년 5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제시했던 4가지 대안(1. 부모 교육을 통한 재학대 철저 방지, 2.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질적·양적 확충, 3. 아동학대 관련 예산 확보, 4. 아동학대 대응 효율화를 위한 공공기관 개편)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적용 역시 시급해 보인다. 또한 부모들이 자녀를 고의로,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하지 않도록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 나아가고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지 않는 부모들의 성숙된 인식과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는 한편 임신·출산 시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성숙한 복지 시스템도 필요할 것이다.

이수경 (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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