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30]거미줄
강재남의 포엠산책[30]거미줄
  • 경남일보
  • 승인 2020.06.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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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손택수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 놓고
새끼를 건드리면 움찔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내게도 있어
수천 킬로 밖까지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한밤에 전화가 왔다
어디 아픈 데는 없냐고,
꿈자리가 뒤숭숭하니 매사에 조신하며 살라고
지구를 반 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끈끈한 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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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에서 꽃까지 이어져 있어 호흡이 길다. 미물과 사람 사이, 땅과 하늘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 또한 아름답다. 한 올 거미줄을 보면서 거미의 사정을 헤아리고 새끼를 건드리면 먼 곳의 어미가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이 눈이 보인다는 이야기. 자식 앞에서 어미는 보지 않아도 볼 수 있고 듣지 않아도 들리는 절대 감각을 지닌 존재다. 그것은 미물이든 사람이든 매한가지. 새끼를 보호하는 일에 어떤 것을 구분해야 할 일은 무엇도 없다. 비 그친 뒤 앞산에 무지개가 걸렸다. 어디 아픈 데 없냐, 이쪽에서 저쪽까지 물음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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