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행복, 경험의 행복
소유의 행복, 경험의 행복
  • 경남일보
  • 승인 2020.06.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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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남 (경상남도기후변화교육센터 팀장)
 

 

경제적인 가치로만 물건을 소유하고, 그 경제적 기준이 나의 소득이나 생활에 큰 사치가 아니라는 합리적 위안으로 소유한 물건들의 행복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에게 진실되게 물어 본다면 그 행복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좋아하는 시사프로그램 몰아듣기를 하다 들었던 한 패널의 메시지가 오랫동안 남았다.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면 세상이 더 행복할까요? WANT와 LIKE를 구분 할 수 있는 사람이 사는 세상이 되면 됩니다.’ 모든 사람이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지려 하고, 원하는 것을 가지고 나면 다시 새로운 것을 원하다보면 경쟁과 소외가 발생하고 그 안에서 우울감이 생기면서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연히 지난 겨울에 산 신발이 떠올랐다. 몇 번의 발목 부상으로 편한 신발을 찾게 된 필자는 작년 겨울 적정한 가격의 적정한 보온성과 적정한 디자인을 가진 신발을 사려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신발을 찾았지만, 갈등에 부딪쳤다. 검정색은 검정색이라 멋지고, 베이지색은 겨울에 포인트 주기에 좋으니 가지고 싶고, 두 켤레를 다해도 이리저리 할인을 받으면 3만 원대에 살 수 있으니, 부담 없이 사자는 마음과 같은 신발을 두 켤레나 사는 게 잘 하는 것일까 하는 갈등이었다. 신발을 장바구니에 며칠을 담아뒀다가 결국 둘 다 주문하고 난 뒤 스스로에게 남긴 합리적 위로는 ‘괜찮아 브랜드 신발 한 켤레도 안 되는데 이 정도는 괜찮아’였다.

지금 다시 그 신발을 산다면 필자는 WANT 보다 LIKE에 맞춰 검정색 신발 한 켤레만 선택 할 것이다.

필자에겐 한 가지 반성이 더 남았다. 나의 WANT가 남긴 환경적 숙제이다.

많은 사람이 본인의 LIKE 와 WANT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 소유에만 우선한 소비가 계속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번의 코로나19를 통해 인식하고 있는 지구적 환경 문제와 함께 개인의 소비행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짚어보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 한다.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고민을 남기지 않을 소비는 없을까?

소유하지 않지만 경험 할 수 있는 방법 ‘스트리밍 서비스’는 코로나19시점에 더욱 활성화 되고 있다. ‘공유경제, 공유서비스’는 안전상의 문제로 주춤하고 있지만, 안전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때이다.

자동차, 빈방, 책 등 물건이나 부동산을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 하고 소유자와 구매자는 효율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안정화 된다면 WANT와 LIKE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최근 LIKE 하는 물건을 소유했다. 한 달여 동안 사용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은 이미 그 물건의 값을 넘어섰다. 사용할 때도 더 소중하게 사용하고 누군가에게 빌려주어 그 가치를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행복은 실체가 없는 듯 하고 사람마다 다르다 보니 딱 한가지로 정의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모두에게 같은 비용과 시간을 기준으로 행복을 정의해야 한다면 행복의 유통기한을 따져보고 결정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꼭 가지지 않아도 되는 물건을 소유 하는 것 보다 다른 기회에 더 좋은 여행이나 관계를 통해 경험을 한다면 그 순간의 기억은 오래 남아 행복의 유통기한을 더 남겨 두지 않을까?

얼마나 더 많이 가졌는지 보다, 얼마나 더 많이 경험했는지를 중시하고, 그 경험이 그 사람에게 대학입시나 직장의 우열보다 더 큰 가치와 기회가 되어 사회에서 인정받고 환원하며 살 수 있는 선순환이 되길 기대한다.

김효남 (경상남도기후변화교육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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