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양 안전을 위한 관점의 미학
[기고]해양 안전을 위한 관점의 미학
  • 경남일보
  • 승인 2020.07.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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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한 통영해양경찰서장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관점,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당신은 낚시어선을 보면 어떤 생각이 나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낚시객들은 얼굴에 빛을 내며 ‘대어, 출조, 손맛’ 등 즐거운 상상을 할 것이고, 낚시어선 업자들은 ‘예약, 낚시 포인트, 빠른 출항, 영업’ 등 사업에 관련된 것들을 떠올릴 것이며, 해양경찰은 ‘출입항 임검, 안전관리, 사고예방, 구명동의 착용’ 등 안전관리에 대한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이처럼 생각의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낚시어선 안전관리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생각의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안전의 기준도 다른 것은 아니다.

통영은 전국에서도 낚시인들의 성지로 통용되는 지역이다. 낚싯배들이 평일에는 약 70여척, 주말과 공휴일엔 약 130여척이 출조하며 해마다 낚시객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약 77만명의 낚시인구가 통영을 찾았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랐다. 최근 3년간 낚시어선 사고가 129건이 발생했고, 지난해에만 57건이 발생했다. 그중에서 지난해 발생한 ‘무적호’ 전복사고는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2019년 1월 11일 욕지도 남방 43해리 공해상에서 낚시어선 무적호가 항행 중이던 상선과 충돌해 무적호 승선원 14명 중 5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최근에는 낚시관리법 강화로 공해상에서 낚시가 금지됨에 따라 더 이상 낚시어선들이 공해에서 영업할 수 없지만, 욕지도 인근 등과 가까운 영해(12해리)로 낚시어선들이 몰리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통영해양경찰서도 낚시어선을 관리하는 관점을 변화시켰다. 우선 사고 발생시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통영에서는 그곳이 바로 욕지도라고 할 수 있다. 통영해경은 욕지출장소를 구조거점출장소로 승격했고, 연안구조정과 잠수요원을 투입하는 등 장비와 인원을 보강했다.

또 하나의 관점은 구조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것은 최정예 요원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대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구조체계를 바꾸는 것이었다. 통영해경은 낚시어선이 많이 출조하는 주말, 공휴일에 구조대를 욕지출장소 및 저구출장소에 전진 배치해 사고 발생시 신속 대응하도록 했다. 이것으로 기존 구조체계보다 대응시간을 약 30분가량 단축할 수 있었고, 무적호 이후 현재까지 낚시어선 사망사고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양경찰이 아무리 대응을 신속하게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사고가 일어난 후의 일일 것이다. 해양경찰이 천 번의 사후 대처를 하는 것보다 낚싯배 선장의 한 번의 안전수칙 준수가 낚시객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통영해경은 낚시어선 업자들의 관점을 바꾸기 위해 꾸준한 교육과 간담회도 실시하고 있다. ‘영업’과 ‘이익’에 더불어 ‘안전’이라는 관점이 하나 더 더해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그를 위해서는 낚시어선을 책임지는 ‘선장’으로서 이익과 편의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프로의식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출항 전 각종 장비점검과 운항시 항법에 따른 견시와 전탐을 철저히해야 하며, 낚시 승객의 구명조끼 착용을 지속해서 권해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그만큼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라며, 청량한 한려수도와 함께 좋은 추억을 가슴에 새기고 갈 그 누군가를 위해 오늘도 통영해경은 바다에서 거친 파도에 오롯이 맞서며 묵묵히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김평한 통영해양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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