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슈퍼곡물 퀴노아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슈퍼곡물 퀴노아
  • 경남일보
  • 승인 2020.07.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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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분과 마그네슘, 오메가 3가 풍부하고, 온갖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해 그 어느 곡물보다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면서 글루텐이 없는 씨앗 식품이 퀴노아(Quinoa)다. 그리고 영양학적으로 쌀에 비해 칼슘이 7배, 철분이 20배, 칼륨이 6배다. 그래서 미국항공우주국 NASA는 이 퀴노아를 가장 완벽하게 균형 잡힌 식품이자 우주 비행사들을 위한 이상적인 식량으로 평가한 바 있다. UN 식량농업기구 FAO에서 1985년에 퀴노아의 영양학적 가치를 재조명하면서 완벽한 식품으로 분류한 데 이어, 퀴노아의 효능을 높이 평가하여 2013년을 ‘세계 퀴노아의 해’로 선정하기도 했다.

퀴노아는 5000년 전 잉카제국에서 감자, 옥수수와 함께 3대 작물로 재배해왔던 곡물이다. 해발 2500~4000m의 고산지대에서 주로 재배되는 데, 영하 3도에서 영상 35도까지 다양한 기후조건에서도 적응력이 강해서 건조한 토양에서도 쉽게 재배할 수가 있다. 남미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주산지는 페루와 볼리비아이다. 퀴노아는 네슬레와 같은 세계적인 식품회사들과 남미의 여러 민간단체들의 노력으로 남미 일부 지역에서 소비되다가, 현재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이유식은 물론, 임산부와 노인들의 건강식 등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퀴노아의 품종은 3000가지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은 빨간색과 검은색 그리고 흰색이다. 그중 흰색 퀴노아가 가장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품종이다. 검정 퀴노아는 지방함량이 가장 낮지만 오메가3와 카로티노이드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빨간색과 검은색 퀴노아는 비타민 함량 면에서 흰색에 비해 두 배나 많고, 색상이 짙을수록 항산화 기능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퀴노아에 대한 영양학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세계인들의 인식과 관심이 쏠리게 되었는데, 네슬레의 공로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네슬레에서 퀴노아의 품종개량과 재배기술에 대한 연구와 보급에 대하여 많은 노력과 지원을 해온 것이다.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양에서의 퀴노아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퀴노아의 가격도 2006년부터 2013년까지 3배 이상으로 급등하게 되었다.

퀴노아의 가격이 급등하자 여러 가지 오해와 잘못된 주장들이 나돌기 시작하였다. 퀴노아 가격이 급등하면 주산지 재배농민들의 소득도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윤은 수출업자와 소비지역의 수입업자들이 다 가져가게 되고, 오히려 퀴노아 가격이 올라갔으니 퀴노아를 주식으로 삼던 재배지의 농민들도 더 이상 옛날처럼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재배농민들은 퀴노아 대신에 외국의 값싼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를 먹기 때문에 비만 등 여러 가지 성인병과 같은 질병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풍문이 돌기도 하였다. 2011년 인디펜던트지는 볼리비아에서 퀴노아 가격의 상승으로 구매가 어려워져 지난 5년간 퀴노아 소비가 34퍼센트나 급감했다고 우려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퀴노아 재배 지역에서 아동 영양실조가 증가 추세라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또한 캐나다의 글로브 앤드 메일은 “당신이 퀴노아를 좋아할수록 페루와 볼리비아의 주민은 고통 받는다”는 표제를 달기도 하였다.

그러나 3명의 경제학자 마르크 벨마레, 세스 기터 그리고 요하나 파야르도 곤잘레스는 이러한 주장들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실증적으로 조사연구를 실시하였다. 퀴노아 소비가 34퍼센트나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는 페루에서도, 볼리비아에서도 퀴노아 소비는 가격이 급등하기 전에 이미 장기적으로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퀴노아 교역 덕분에 수많은 해외 자본이 볼리비아나 페루로 유입되어 들어왔고, 그 자본의 많은 부분은 남아메리카 빈곤지역으로 흘러들어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페루인과 볼리비아인은 그저 퀴노아 말고 다른 음식들도 먹고 싶은 쪽으로 취향이 바뀌어왔다고 보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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