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의 대학
뉴노멀 시대의 대학
  • 경남일보
  • 승인 2020.07.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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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코로나19 바이러스감염증 사태 이후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단어를 자주 본다. 직역하자면 ‘새로운 일상’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다. 이전 시대와는 다른 사회적·문화적 변화가 일어나고 이 변화가 예외적·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버린 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의 유행에는 코로나 사태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지속될 것이며, 그 충격 또한 매우 깊고 광범위하리라는 것, 결국 코로나 이후 우리는 이전의 시대와는 전연 다른 세상을 살아가리라는 인식이 전제돼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현재의 ‘뉴노멀 시대’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당면한 현실에 있다.

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대학은 어느 집단보다도 코로나의 갑작스런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어느 집단도 대학처럼,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백 명 가까운 무리가 하나의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머무르다 또 다른 공간으로 이합집산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대학생들은 인생의 어느 시기보다 활기차며 활동 반경도 다양하지 않은가. 대학이 비교적 안전한 거리두기와 생활 방역이 어려운 집단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이 겪는 어려움은 학생들의 이동 반경과 물리적 공간의 밀집성에만 있지 않다. 어려움은 학문의 지식 전달 체계에도 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지식의 전달에서 대면 교육방식을 고수해 왔다. 전문적인 학문 영역의 전승과 개발은 대면 방식, 즉 질문과 대답, 문제제기와 토론, 테스트를 통한 성취의 확인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또한 교수자와의 직접적 대면이 어려운 일을 회피하려는 인간 본성을 일정 정도 규제하는 역할을 해왔음은 분명하다. 감기, 두통, 시력 감퇴, 발진, 구토, 관절염, 빈혈, 현기증, 뇌일혈, 폐질환, 소화장애, 변비, 신경착란, 간질, 우울증…. 1795년의 한 논문은 과도한 독서로 인한 신체적 영향을 이렇게 분석하고 있었다. 지식의 세부를 이해하고 그 전체적인 체계를 구성해 나가야 하는 공부는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넘어 우리는 이제 새로운 지식 전달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대면과 비대면의 적절한 배분에 따른 학교 행정의 효율적인 운영, 동영상 및 실시간 화상 프로그램 등 주어진 매체의 효과적인 사용과 같은 기술적 측면의 연구와 준비가 더 필요하다. 나아가 이 같은 기술에 적합하도록 학문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매체가 달라지면 내용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소설에 적합한 문장과 영화에 적합한 문장이 다르듯이 ‘뉴노멀’ 시대의 학문은 이 시대의 특성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경상대학교는 4년마다 한 번씩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내년 개편을 목표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과정을 준비해오던 것에 더해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육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 방향은 분명하다. 학문의 학문됨에 대한 진지한 성찰,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어 디지털과 가상 공간에 적합한 학문 전달 방식의 개발, 대학 교육의 개방, 학생 중심의 학사 운영 등이 그것이다. 우리 대학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 떠오르는 열망, 학생들이 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어나는 것은 왜일까. 배움을 향한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그리운 것은 아직 뉴노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그 열정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아직 전환기에 서 있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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