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항공MRO 정치권이 왜 흔드나
사천 항공MRO 정치권이 왜 흔드나
  • 문병기
  • 승인 2020.07.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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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사천 항공MRO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제 막 씨 뿌리고 싹을 틔우려 하는데 거대한 폭풍이 뿌리째 날려버리려 하고 있다. 어렵게 사천에 터전을 잡았고, 국가적으로 적극 육성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정치권이 나서 흔들고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사천 항공MRO사업은 경남의 신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희망 속에 출발했다. 지난 2017년 12월, 각고의 노력 끝에 KAI가 항공MRO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후 KAI는 정부 출자기관이 참여하는 MRO 전문 업체 ‘KAEMS’를 설립한 뒤, 제주항공 등과 항공정비계약을 체결해 수행 중에 있다.

또한 이 사업의 심장이 될 사천용당일반산업단지도 조성중이다. 오는 2022년까지 1500억 원이란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항공정비 종합격납고와 기체정비사업화 등이 집적화된다. 이처럼 사천 항공MRO사업은 계획대로 추진 중에 있으며, 그 꿈도 조금씩 영글어가고 있다.

하지만 암초를 만났다. 인천 출신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지난 6월 인천 중심의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한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인천과 당 소속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거대 집권 여당이란 점에서 이 법의 국회통과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다.

문제는 통과된 이후에 있다. ‘개정된다고 사천 항공MRO에 무슨 영향이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번 개정안은 겉으론 항공 산업 발전이지만, 속에는 음흉한 발톱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인천항공정비산업단지를 조성해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데, 인천이 그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윤 의원의 발언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는 사천에 기반을 둔 항공MRO사업을 인천으로 가져가겠다는 엄포나 다름없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항공 산업의 균형발전과 항공안전 강화를 위한 국가 핵심 기반사업이 중복투자로 인해 예산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어렵게 설립된 KAEMS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엔 우리나라 항공MRO산업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지자체간 대립으로 극심한 갈등과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정권 사람들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천억 원의 혈세 낭비도, 지역 갈등도, 그보다 더한 혼란이 야기된 다해도 당당하고 집요하게 밀어붙인다는 것을, 우린 이미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를 방증하듯, 최근 세미나를 통해 개정안 국회 통과와 인천국제공항 MRO사업 유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들은 국토교통부 관계자를 불러놓고 ‘인천이 안 되는 이유가 뭐냐, 법을 개정해서라도 당장 추진하라’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

이는 서막에 불과하다. 정부와 집권여당이란 막강한 힘을 등에 업은 이들의 기세는 갈수록 거세질 것이다. 그 누구도 나서서 막으려하지 않을 것이며,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결국엔 그들 뜻대로 흘러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천 항공MRO사업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를 게 없다. 지금껏 쌓아온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수도권과의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앉아서 당하기엔 경남도민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그들에게 공정이나 정의, 인간적인 도리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막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즉필생(死卽必生)’의 각오뿐이다.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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