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레임덕 우려
대통령의 레임덕 우려
  • 경남일보
  • 승인 2020.07.06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옥윤 (논설위원)
과연 ‘정치9단’ 다운 워딩이었다. 국정원장으로 지목된 뒤 그의 첫 일성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충성하겠다’는 것이었다. 한 때 ‘문모닝’으로 대통령과 각을 세운 기억을 한꺼번에 날린 절묘한 충성맹세라 할 만하다. 보통사람이었으면 아마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역량을 다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오버랩이 되는 워딩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하겠다’고 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이다. 아마도 노회한 박지원은 그 워딩이 현 집권세력의 가슴에 대못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4·15총선 직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다주택자들은 집을 한 채만 두고 모두 처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최근 확인된 바로는 그러한 지시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지시를 내린 자신조차 다주택자였고 문제가 확대되자 집값폭등의 규제대상이 아닌 고향집을 매물로 내놓았다. 그런 사이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곧이곧대로 윤석렬 총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주택을 처분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공직자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소신의 일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시중에서는 고위공직자들도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데 부동산 값이 잡힐 까닭이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정책에 순응, 일찌기 집을 처분한 사람은 막대한 상대적 손해를 보았으니 따를 리 없고 집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비관적 판단이 앞서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부동산문제는 집권후반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국가적 과제가 된 가운데 코로나19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사상최대의 추경편성에도 경제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국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거대 여당의 독주가 국민을 불안케 하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은 향후 정국이 흐름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 4년차에 들어선 대통령의 발걸음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박지원 국정원장의 임명도 교착상태의 남북관계를 풀기위한 대통령의 고육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레임덕이 예상외로 빨리 올 수도 있다는 염려이다. 부동산정책에서 보듯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영이 서지 않으니 벌써부터 레임덕이 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대통령 지시에도 검찰총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법무장관, 당대표의 함구령에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엇박자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당대표 선거전이 격화되면 당내의 줄서기와 기존 주류와의 차별화, 새로운 노선형성은 구체화 될 것이다. 이는 역대 정권이 모두 겪어 온 바이다. 공직자는 복지안동하고 권력주변에선 ‘아니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가 아니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지당하옵니다’가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속에 집권말기적 부패현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으니 오리걸음처럼 뒤뚱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여 대통령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자들보다 국가를 위한 인재들을 중용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라는 것이다. 이제는 소위 극성 ‘문빠’들의 용비어천가를 멀리하고 냉정을 찾고 누가 진정한 ‘문빠’이고 애국자인가를 가려 남은 임기를 곧추세워야 한다. 그 답은 명약관화하다. 대통령에 충성하지 않고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중용해야 한다. 서울의 집을 부여잡고 권력과 부를 함께 누리려는 자를 과감히 척결하지 않으면 집값은 잡을 수 없다. 남북문제도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북쪽은 이미 미국대통령선거 이후를 계산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변옥윤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