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학교 만족과 교육 만족
[교육칼럼]학교 만족과 교육 만족
  • 경남일보
  • 승인 2020.07.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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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 (前 창원교육장)
코로나19가 학교에 대한 인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웬만한 고뿔 정도는 참고 학교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이젠 조금만 열이 있어도 학교에 보내서는 안된다. 결과적으로 학교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방송이나 인터넷 강의, 학원 등의 비중이 커져서 학교교육이 위축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의 학교는 학부모에게 무엇인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이나 교육정책에 대한 만족의 정도’를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도 학교급식이 최상의 순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학교급식은 예산과 건강의 문제를 뛰어넘어 학부모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부딪힌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가 아이들의 식사 챙기기라는 푸념이 들릴 정도이니 하는 말이다.

중·고등학교에 있어서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급식과 함께 기숙형 학교일 것 같다. 농산어촌에는 서너 개 이상의 학교를 통폐합하여 운영하는 기숙형 중학교가 있다. 이들 학교는 숙식을 제공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니 학부모의 반응이 아주 좋은 편이다. 기숙형 고등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아침밥부터 저녁식사까지 해결해주고 간단한 옷 빨래도 아이들이 손수 할 수 있는 데다 야간 자율학습 환경도 마련해주니 학부모의 만족도는 가히 절대적이라 할 정도이다. 아마도 과학고등학교와 같은 특목고를 기숙형으로 운영하지 않고 일반 학교처럼 운영한다면 특목고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질 것이고, 대안학교에 대한 평가도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를 운영하는 고등학교도 그렇지 않은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이러한 학교는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음으로써 학부모에게 크게 어필한다. 읍면지역의 고등학교일지라도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는 도시에 거주하는 아이들까지 전입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취학하기도 한다. 특히 읍면지역 학생에게는 명문 대학의 특례 입학 특전까지 부여하니 관심이 높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모든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학부모는 무척 힘들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직장에 가거나 가사를 돌보는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기숙형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는 그 절실함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코로나19를 통해 교육공동체는 학교의 기능을 새삼스럽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학교는 배움과 돌봄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학교의 아이 돌봄 기능만 두드러지게 인식되거나, 먹고 자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급학교 입시를 위해 특별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왜곡된 인식이 더욱 심화되지나 않을까 우려한다. 수업일수를 채우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상황을 보고 탈학교화를 부추기거나 홈스쿨 주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코로나19에 비친 우리 교육의 현주소라면 우리 교육은 결코 옳은 방향으로 간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차제에 아이 돌봄의 학교 만족뿐만 아니라 교육의 내용과 성취수준으로 평가되는 교육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우리 교육의 앞날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일까.
 
임성택 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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