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다’는 정답이 아니다
‘견디다’는 정답이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7.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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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2002년’ 우리나라는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월드컵 4강 진출에 대한 희열을 아직도 생생한 사람이 많다. 올림픽, 월드컵 시즌 때마다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친다. 더 나아가 전 세계가 평화로운 축제를 즐긴다. 이는 스포츠가 만드는 기적이다. 스포츠로 모두 하나 되는 중심에 스포츠 선수들이 자리한다. 화려한 조명이 감싸지만, 한국 스포츠의 겉과 속은 확연히 다르다.

‘스포츠’ 하면 ‘폭행’ 꼬리표처럼 따른다. 많은 운동선수가 감독이나 선배에게 폭행당한 경험을 토로한 적이 많다. 실제로 2018년 대한체육회의 스포츠 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선수 1,000여 명 중 체벌을 당해도 참았다는 응답이 70%가 넘는다. 과거에 시작된 악습이 여전히 이어지는 중이다. 암암리에 모두가 인지했지만, 아무도 나서진 않았다. 하지만 폭행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최숙현 선수’로 스포츠계 썩은 문화 뿌리 뽑기가 시작되었다.

최숙현 선수는 초등학생 때 수영을 시작해, 2009년에 경상북도 대표로 활약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 입단했다. 트라이애슬론은 한 선수가 수영, 사이클, 마라톤 세 종목을 연이어 하는 스포츠 경기이다. 우리에겐 철인 3종 경기로 더 익숙하다. 한 경기에 그치지 않고 연달아 3경기를 하는 종목 특성상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힘든 종목에서 유망주로 꼽혔던 최 선수는 23살을 끝으로 도전을 멈추게 되었다.

동료 2명은 최숙현 선수가 폭행당하던 상황을 증언했다. 그들의 증언에 ‘20만 원 정도의 빵을 억지로 먹게 함’ ‘콜라와 복숭아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 등이 포함되었다. 같이 훈련하는 주장 선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최 선수를 정신병자 취급했다. 끝없는 폭행과 괴롭힘 속에 최 선수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어디에도 그녀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녹취록 속에 담긴 그녀의 일상은 참혹했다. 최 선수가 죽고 남긴 녹취록과 동료 선수의 증언으로 주장 선수와 경주시청 감독은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다.

‘가장 잘 견디는 자가 무엇이든지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존 밀턴이 말했다. 한 종목을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가 되기 위해 선수들은 고된 훈련을 견딘다. 꿈이 있어 부당한 대우도 참고 견뎠다. 그러나 누군가 용기 내지 않아 지금까지 전해진 악습이 결국 한 선수를 극한으로 내몰았다.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최숙현 선수는 이제 없다. “그 사람들 죄를 물어줘” 살아 있을 땐 들리지 않던 그녀의 목소리만 울려 퍼진다.

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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