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노화의 시계를 멈추게 하는 열쇠-텔로미어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노화의 시계를 멈추게 하는 열쇠-텔로미어
  • 경남일보
  • 승인 2020.07.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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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염색체의 끝에는 단백질 보호 덮개로 감싸인 DNA로 이루어진 말단 영역이 있는데 바로 ‘텔로미어(telomere)’이다. 이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손상을 막아주는 덮개 역할을 한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조금씩 짧아지면서 일정 길이 이상 줄어들게 되면 세포가 분열을 멈추게 되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건강한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게 되어 우리 몸은 노화가 진행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우리의 노화와 수명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텔로미어의 마모 여부라는 것이다.

세포의 노화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해온 L.헤이플릭 박사는 1961년에, 생물과 장기에 따라서 세포의 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고, 그 후에 세포가 노화해 죽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태아의 세포는 100번 정도 분열하고, 노인의 세포는 20~30번 정도 분열한 후에 노화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에 발견된 것이 바로 텔로미어이다. 1990년대 초에 생물세포학자들에 의해 텔로미어가 염색체의 말단에 위치함이 밝혀졌다. 연구가 계속 진행된 결과,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UCSF)의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교수와 존스홉킨스 의대 캐롤 그라이더(Carol Greider) 교수 그리고 하버드 의대 잭 조스탁(Jack Szostak) 교수는 염색체가 어떻게 텔로미어와 손실되는 텔로미어의 DNA를 복구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에 의해 보호되는지 밝혀냈다. 이들은 이러한 연구업적으로 2009년 노벨생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텔로미어는 세포시계의 역할을 담당하는 DNA의 조각들이다. 텔로미어는 그리스어의 ‘끝’(telos)과 ‘부위’(meros)라는 단어들의 합성어다.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동안에 염색체와 DNA를 복제하는 효소는 염색체의 끝부분으로 복제를 계속할 수 없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부분을 막고 있는 분해되지 않는 완충지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세포가 분열되면서 텔로미어는 소실되며 텔로머레이스 효소에 의해 보충된다. 텔로머레이스 효소가 분비되지 않은 세포의 텔로미어는 단축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분열을 멈추고 노화상태에 들어간다. 정상세포의 경우 텔로미어의 길이가 수명과 직결된다. 이처럼 세포복제가 멈춤으로써 죽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것이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화의 정복은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들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거나 줄어든 텔로미어를 늘림으로써 가능해진다. 텔로미어 연구의 선구자이자 미국 생명공학기업 시에라 사이언스 대표 빌 앤드류스 박사는 텔로미어 화장품 ‘디파이타임(Defytime)’을 연구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화장품은 피부세포 안의 텔로머레이스 효소를 생성하는 스위치를 작동시켜 매일 세포분열을 통해 피부 탄력을 잃지 않게 도와주고, 세포의 분열로 인해 짧아지는 텔로미어를 더 이상 짧아지지 않도록 해주는 텔로머레이스 효소를 인체 스스로 생성하게 하여 노화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한편, 텔로미어의 비밀을 발견한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아 노화를 억제하고, 더 나아가 텔로미어 길이를 늘여 노화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게 하는 방안들을 연구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녀는 그의 저서 ‘늙지 않는 비밀’에서 텔로미어를 늘리기 위한 생활습관, 운동법, 식습관, 수면방식 등 실생활 속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주변 환경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것은 스트레스는 텔로미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될수록 텔로미어는 더 짧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태도가 사람마다 다르듯이, 우리가 후천적인 노력과 생활 태도로 텔로미어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미국 루이지에나 주립대학 교수로 비만연구의 권위자인 조지 브레이(George A. Bray)는 이렇게 말한다. “유전자가 장전된 총알이라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환경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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