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세계여행[28] 파푸아뉴기니 (中)
도용복의 세계여행[28] 파푸아뉴기니 (中)
  • 경남일보
  • 승인 2020.07.14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orry No good, Safe good (미안한 건 안좋다. 안전한 건 좋다)
오세아니아 모든 섬에는 독사가 없지만 유일하게 파푸아뉴기니에만 독사가 있다. 독사가 있다는 풀숲을 헤집고 들어가는 모습.
도착해서부터 곤란했던 위험한 나라 파푸아뉴기니.

공항에서 나를 태워준 그녀들은 나를 자신의 집에서 머물수 있게 허락해줬다. 그녀의 경찰서장 남편과 그 아이들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며 저 멀리 보이는 산의 폭포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는 그곳에서 폭포를 멋있게 찍어보고 싶었다. 언젠가 드론을 사용해서 동영상 촬영하는 법을 배운 터라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미니드론이 생각대로 움직여 줬다. 그들도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드론 촬영을 지켜봐 줬다.

아뿔사, 약간 방심하는 사이 드론을 놓치고 말았다. 드론은 폭포 옆을 한바퀴 돌더니 숲에서 약간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부딪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안타까운 시간이 이어졌다.

나는 그들에게 “몇몇 군데에서 찍어둔 중요한 영상이 있어 찾으러 가야한다”고 했다.

그들은 “절대 안 된다”며 단호하게 말렸다. “폭포 밑에는 독사가 득실거리고 들짐승도 있어 위험하다”고 만류했다. 심지어 “식인종이나 유사인종이 있을지 모른다”면서 잔뜩 겁을 줬다.

나는 “그래도 꼭 내려가야 한다. 내 목숨은 내가 책임진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최근에 이곳에서 난 사고에 대해 들려줬다.

“불과 몇 개월 전 이곳에 호주 부부가 왔었어. 폭포에서 수영을 좀 하고 오겠다는 거야. 현지인들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어, 남자는 그냥 폭포밑으로 내려갔어. 그리고 수 십분 후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부인이 경찰에 신고하고 호주대사관이 군인까지 동원해서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니 너도 정말 죽을 수도 있어!”

재차 단호하게 경고했지만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내 발은 폭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3시간 뒤에 불러서 대답을 하지 않으면 죽은 걸로 알고 그냥 갈 테니 그렇게 알아!”

이런 소리를 남기고 경찰가족은 그렇게 떠났다. 이제부터는 정말 목숨을 걸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풀숲을 헤치기위한 나무를 찾았다. 풀숲을 때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독사를 멀리 보내버리기 위함이었다.

생각보다 큰 막대기가 보였다.

소리도 함께 질러보았다.

“얏호호트랄랄라, 얏호호트랄랄라!”

들짐승을 쫓기 위해서였다. 더 크고 우렁차게 소리를 지른 뒤 스위스 민요까지 불러댔다.

‘철썩철썩’ 나뭇가지를 이용해 풀숲을 내리치며 진행했다.

정말 뱀이 나타날 것 같았다. 풀숲 안쪽에 이끼와 습기가 많았고 바닥에는 뱀이 다닐수 있는 넓은 틈이 보였다. 실제 뱀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다리는 푹푹 빠졌다. 풀숲인줄 알고 밟으면 무릎까지 빠졌다.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기를 몇 분이 지났을까. 다행히 바위가 있는 폭포 길까지 무사히 내려갈 수 있었다.

다시 올라간다는 생각은 뒷전이었다. 몇 개월 전 실종됐다는 호주인을 떠올려보았다. 그곳은 마치 싱크홀처럼 큰 구멍이 나 있었다. 바위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모습도 보였다. 갑자기 시큼한 냄새도 났다. 동시에 겁이 덜컥 났다. 아마도 이곳을 지나던 동물이 빠져 죽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곳에 빠지면 어느 누구도 탈출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론을 찾기위해 바위옆으로 내려가는 모습.
조심 조심 발을 내딛으며 폭포 있는 곳 까지 이르렀다. 드론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더 아래로 내려가야했다. 그러나 아래의 형태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우회해서 내려갈 길이 있나 찾아보기위해 정글에도 가보았지만 깎아지른 절벽만 이어졌다.

도무지 내려갈 길을 찾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드론 찾는 걸 포기했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주변 광경을 둘러보았다. 폭포와 호수, 정글…, 내 평생 볼수 없었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잠시동안 그곳에 멍하게 서 있었다. 정적이 흘렀다.

나는 그곳에서 드론을 찾을 수 없었지만 아름다운 광경을 가슴에 담을 수있었다.

돌아갈 길이 난감했다. 갈대처럼 생긴 풀들이 사람 키 만큼 자라있고 군데군데 가시가 있는 풀들도 보였다.

오르막길은 앞을 분간하기 힘들어 내리막길보다 특별히 조심해야했다. 나침반의 동쪽만 보고 방향을 잡았다. 가시와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그러기를 수십분, 지쳐갈 무렵, 폭포 위에서 성인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Remi!”, “Remi!”

자세히 들어보니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였다.

그에 화답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려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이 목을 막았기 때문이다.

숨을 고르기 위해 바위 뒤에 몸을 기댔다. “Remi!” 다시 한번 고성이 들려왔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만약 내가 실종되었으면 실종 신고했을 때 경찰 사령관은 중형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정이 되고 난 뒤 나는 나의 생존을 알렸다.

“I’m here!”

그들은 내려오지는 않고 조심해서 올라올 것을 주문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치며 올라갔다.

마지막 순간 그들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들의 손은 하느님의 손으로 느껴졌다. 그들에게 사과했다.

“아임 쏘리, 아임 쏘리”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찰 사령관은 나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리고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Sorry No good, Safe good”(미안한 건 안좋다. 안전한 건 좋다)


 
드론을 찾기위해 도착한 폭포 끝. 하지만 더 이상 아래까지는 내려갈수 없어 포기해야만 했다. 나는 그곳에서 드론을 찾을 수 없었지만 아름다운 광경을 가슴에는 담을 수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