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의 처신은 신중해야’
‘고위공직자의 처신은 신중해야’
  • 박준언
  • 승인 2020.07.16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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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부임한 김해시 강덕출 부시장을 두고 시청 직원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 부시장은 지난 8일 시청 전 공무원들에게 한 통의 전자메일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내용은 실내악 악기 연주가 가능한 직원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강 부시장이 클래식음악에 관심이 많고 조예가 깊으니 회신을 달라는 사항도 달렸다. 자세한 취지와 설명도 없는 메일을 받은 직원들은 강 부시장이 시청 내 음악 모임을 조직하려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곧바로 노조 게시판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직원들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강 부시장의 첫 행보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시정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취미 조직부터 구상했다면 판단을 크게 잘못한 것이다. 김해시는 경남에서 두 번째로 큰 대도시다. 마산·창원·진해를 통합한 창원시를 분리해 본다면 사실상 경남을 대표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그에 따른 현안도 산더미다. 김해신공항 소음안전문제, 전국체전, 비음산 터널, 동서균형 발전, 그린벨트 해제 등 무엇 하나 호락호락한 것이 없다. 하루가 멀다고 시청 앞에서 이어지는 집회는 김해가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증거다. 여기다 지금은 국가 전체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모임 조차 자제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강 부시장을 김해로 보낸 경남도의 뜻은 수십 년 간 공직에서 쌓은 경험을 김해 발전에 적용하라는 것일 것이다. 이는 중앙 불철주야 정부와 김해를 오가며 현안을 설명하고 조금의 예산이라고 더 받아 시민이 잘사는 김해를 만들려는 허성곤 시장의 바람이기도 하다. 청렴도 전국 최하위권인 김해시는 시장부터 간부까지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필사’하며 기강세우기에 매진하고 있다. 목민심서 율기6조 칙궁(飭躬)은 ‘적절한 명령’과 ‘사욕을 끊으라’는 내용으로 공직자의 처신과 몸가짐을 강조하고 있다. 강 부시장이 부임 후 목민심서 필사부터 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아름다운 음악도 음정 박자가 틀리면 귀에 거슬린다. 이번 메일이 직원과의 친화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위 공직자의 행동은 정중하고 무거워야하며 구성원이 따를 만 해야 한다. 시에서는 ‘직장 내에서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직원분들이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순수한 취지’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친화력과 추진력을 갖춘 강 부시장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박준언 창원총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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