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주주의의 갈 길은 아직도 요원한가?
우리 민주주의의 갈 길은 아직도 요원한가?
  • 경남일보
  • 승인 2020.07.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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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 진주시의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도 현재의 민주주의가 되기까지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하고 장면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이듬해 박정희 장군을 중심으로 한 5.16 쿠데타 군(軍)은 한강 다리를 건너 국가 주요 기관을 장악함으로써 30년 군사독재의 서막을 알렸다.

군사정권은 한일회담과 32만 월남 파병으로 마련한 돈을 밑바탕으로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독재와 장기집권은 부마항쟁을 불러 왔고 급기야는 부하의 총탄에 대통령이 사망하는 10.26사건이 일어났다.

이어서 ‘서울의 봄’을 기대했지만 12.12군사 반란으로 군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5.18광주항쟁을 야만적으로 진압함으로써, 제주4.3사건과 같이 또 하나의 민족적 아픔을 잉태 시킨 채 군사정권을 다시 이어나갔다.

이 시기 필자는 대학교 새내기였는데 남산 아래 꽃 피고 녹음이 우거진 교정은 아름다운 겉모습과는 달리 살벌한 분위기였다.

어디선가 절규하는 구호 소리가 들리고 광주의 실상을 알리는 전단지가 뿌려지면 백주대낮 그것도 대학 교정에서 어김없이 사복경찰이 나타났고 연행되어 가는 학생의 모습을 아픈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촌뜨기 새내기에게 그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군 제대 후 고향으로 학교를 옳긴 후에도 당시 학생이면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민주화를 진정으로 염원했고, 망명과 가택연금 중이었던 김대중, 김영삼 소위 ‘양김’의 지원 속에 탄생한 민추협,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공동으로 창당한 신한민주당의 부활에 큰 기대를 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1987년 6월 항쟁은 6.29선언을 이끌어내었고,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한 9차 개헌을 가능케 했다. 그 후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하게 됐으며, 이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만연하는 성 추문 사건들과 서울 아파트값 폭등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는 크게 성숙했지만 경제민주화, 사회민주화, 문화민주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전형적인 86세대인 필자는 솔직히 학교에서 여성인권, 성교육 같은 인성교육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정치 민주화가 되기까지 수많은 희생을 요구했듯이, 이 또한 어려운 과정들을 거쳐 언젠가는 성추행이 없는 성숙한 사회로 가겠지만, 그러기 위해서 이제는 성 추문을 한 개인의 잘못으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사회 전반을 뒤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변하지 않은 무한 경쟁을 요구하는 비인간적인 입시제도, 당연한 귀결로 이어지는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인간을 위한 교육은 기대하기 어렵다. 상위 1%가 전국 부동산 55%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 과연 우리교육, 우리사회, 우리경제가 바르게 가고 있는지 꼭 한번 뒤돌아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경남대학교에 정치민주화의 큰 분수령이었던 6월 항쟁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세워졌다고 한다. 6월 항쟁의 실질적 중심지였던 우리 진주의 경상대학교에서도 이러한 기념물이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경제민주화, 사회민주화 문화민주화의 상징물이 세워지는 날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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