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 논란, 다음세대를 위한 배려 필요
비거 논란, 다음세대를 위한 배려 필요
  • 경남일보
  • 승인 2020.07.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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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시민단체 갈등 지속
현재 논쟁 슬기롭게 조정해야
항공분야 심리적 위축 극복 중요
진주시와 시민단체의 비거의 관광자원화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진주시는 국립항공박물관, 공군사관학교 박물관, 국립과천과학관, 백제군사박물관 등 국내 박물관에서 비거의 기록과 전시물이 안내·전시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비거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진주시에 모아서 전시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비거 테마공원 조성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시민단체에서는 비거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를 찾아보면 오히려 진주에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수 있는 점, 제작년도의 고증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며 사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진주시는 비거에 대한 역사적 진위 여부를 떠나 비거 이야기를 관광콘텐츠화 하여 진주만의 특색 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항공우주도시를 지향하는 진주의 산업 정체성과 조화되는 콘텐츠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역사적 진위 여부를 떠나 개발 먼저 하자는 진주시 주장에 대해 드라마 ‘허준’ 같이 전 국민이 재미있어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를 소설, 영화, 게임, 등의 콘텐츠 개발이 된 이후에 테마파크로 그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렇지 못할 때는 시설유지에 오히려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며 시설주도의 사업방식을 재고할 것을 주장하였다.

인천의 자사고인 하늘고등학교에서 2017년 창의융합프로젝트 ‘정평구의 비거연구’를 과학실측과 구전설화 연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를 수행한 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진주성에서 실측한 결과에 따르면 진주성 벽을 타고 올라오는 상승풍의 풍력을 측정해서 유체역학에 대입해 본 결과 유인 비행체가 진주성에서 스스로 이륙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비거는 유인 항공기라기보다 제작자인 정평구가 왜군들에게 사람이 탄 비행물체로 속여 적진을 교란 시키고 총탄을 낭비시키기 위해 대형 연에 무인 글라이더 형태를 매달아 하늘 높이 날렸을 것으로 결론 내리고 있다.

다음으로 구전설화를 연구한 결과에서는 제작자 정평구의 고향 전북 김제시의 구전설화를 연구한 결과 김제에서는 꾀 많은 사람을 보고 ‘정평구 같은 녀석’이라고 전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와 함께 왜구를 속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이를 종합하면 진주성 전투에서의 전설과 김제에서의 적군을 속이던 민담이 융합되어 후에 역사로 기록된 것으로 ‘정평구의 비거연구’의 결론을 내렸다.

세종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영화 ‘천문’에서도 알 수 있 듯, 조선 초기의 과학 기술은 당대 최고 수준이었으며 비거 역시 조선 시대 현장에서 쌓은 실무진들에 의해 축적된 노하우에 의해 만들어진 발명품 중에 하나라면 비행체 설계 가능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으나 임진왜란 당시 정평구의 전사로 제작당시의 관련 기록이 전승되지 않고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라는 책을 써서 ‘비거’에 대해 과학적으로 조망한 항공학자 이봉섭이 언급한 비거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주목하여 현재의 논쟁을 슬기롭게 조정하였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항공 분야를 공부할 때 그 시작점은 언제나 라이트 형제부터 시작하지만 유럽의 항공 선진국의 경우 항공역사의 시작을 라이트 형제보다 조금 앞선 자국의 발명자들이 만든 비행체로부터 시작한다. ‘라이트 형제’보다 늦다는 심리적 위축은 스스로 한계를 만든다. 이것이 다음세대가 비거에 대해 배우고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신기원 학생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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