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신세 한 달’ 승강기 교체의 숙명
‘계단 신세 한 달’ 승강기 교체의 숙명
  • 백지영
  • 승인 2020.07.23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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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여러 차례 승강기를 이용하지만 승강기 ‘수리’가 아닌 ‘교체’라는 개념을 접한 건 최근이었다.

진주시 평거동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붙어있던 ‘승강기 교체 공사 진행 중’이라는 현수막을 통해서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거주하는데 몇 시간 잠깐 수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장기간 공사를 한다는 점, 아파트 내부 승강기 교체 공사를 외부인들에게 현수막을 통해 알린다는 점이 의아스러웠다.

상황을 알아보다 보니 이해가 갔다. 승강기를 통째로 교체하는 공사는 다수의 인력이 넓은 공간에 대거 투입되는 일반 공사와는 달리 공간이 협소한 만큼 소수 인력으로 진행해야 해 통상 1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외부에 안내 현수막을 내건 이유는 배달 노동자에게 사전에 대비하라는 배려 차원이라고 짐작됐다.

88올림픽을 거치고 90년대 들어 경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아파트 건설 붐이 일었다. 진주지역에서도 20세대 이상 공동주택(7층 이상) 168곳 중 90년대에 건설된 곳이 77곳(46%)으로 가장 많다.

건물과 함께 나이를 먹은 승강기에 지난해 제정된 행정규칙으로 인해 고비용의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승강기 전체 교체’를 택한 곳들이 늘었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승강기 교체를 앞두고 막막함을 호소하거나 교체를 끝낸 뒤 속 시원해 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달 올라온 ‘한 달간 계단으로 다녀야 하는데 층이 높아서 고생하게 생겼네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요?’라는 글에는 ‘몇 개월 전 교체했는데 고층 사람들은 방을 얻어 나가 있었어요. 4인 이상 가족은 그게 편하다고 해요’ ‘배달음식은 아예 못 먹고 한번 집에 들어가면 잘 안 나왔어요. 고생하시겠네요. 화이팅!’ 등의 댓글이 달렸다.

승강기는 설치 15년이 넘었다면 노후 승강기로 규정되고 20~30년 정도면 교체되는 게 일반적인 만큼 해당 공사는 오래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따라오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최근 승강기 교체를 끝낸 한 아파트 주민은 진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달 동안 걸어 올라오면서 무지 힘들었는데 새 승강기 타니 그동안 고생이 싹 날아간다. 참 좋다’며 홀가분한 기분이 담긴 글을 올렸다.

승강기 교체를 앞둔 주민들로서는 예고된 불편에 걱정이 많겠지만, 피할 수 없는 만큼 미리 대비해 ‘새 승강기’를 마주하기까지 한 달을 슬기롭게 견뎌내기를 바란다.

백지영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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