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파동을 보며
기초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파동을 보며
  • 경남일보
  • 승인 2020.07.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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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부산 사하구 기초의회의 의장 선출 과정에서 몸싸움 난장판 끝에 구급차까지 출동되었다. 김해시의회, 의령군의회, 함안군의회 등 경남도내 곳곳의 기초의회도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선출 후유증으로 파행 운영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진주시의회도 역시 당적을 옮긴 후보가 의장에 선출되면서 파열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행히 그 후 실시된 상임위원장 선거에선 협치로 방향을 잡아 민주당과 통합당의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장 선거에서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또다시 ‘내부 분란’으로 패배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소속 의원 간의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2년에 한 번꼴로 원 구성 시기만 되면 반복되는 기초의회의 자리다툼, 그 파열음의 대부분은 일부 의원이 다른 정당과 야합하거나 다른 정당에 투표함으로써 발생했다. 이는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틈 탄 인재(人災)’라 하겠다. 먼저 ‘인재’ 여부와 관련, 보편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말이나 기준을 바꿀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에 반해 필요에 따라 매번 말이나 기준을 바꾸는 사람은 ‘애초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며 심지어 반성할 줄도 모른다’고 한다. 반성은 보편적 규범에서 벗어났음을 본인이 인지했을 때 가능한데 그 인지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이런 상식 밖의 행동은 전형적인 ‘인재’에 가깝다. 이는 정당공천제라는 틀 속에서 후보의 자질과 상관없이 정당 공천만 받으면 ‘묻지마 투표’로 당선되는 속성상 당연한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하여 기초의회 무용론은 여전히 그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도입된 지 제법 지난 지금에 와서 기초의회 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지방자치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예정된 ‘인재’의 근본 원인인 제도 측면에서 접근해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된 기초의회의 여야는 파행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만약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었다면 어땠을까. 매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정당 공천이라는 줄세우기의 부작용과 국회의원 후보의 공천 결과에 따른 기초의원의 줄탈당 사태는 사라질 것이다. 또한 줄탈당했던 무소속 후보가 기초의회의 의장단 선거에서 의장으로 당선되는 일도 없을 것이며, 잿밥에 눈이 멀어 정당의 칸막이를 두고 벌어지는 이합집산의 파열음도 사라질 것이다.

정당공천제라는 장막의 폐해로 기초의회 의장단 선출 파행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 기초 단위의 정당공천제가 주민밀착형 생활자치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묻지마 선입견’으로 인한 편가르기 폐해만 유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평소 기초의회의 활동을 살펴보더라도 정당간의 이념 차이로 인한 간극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른 ‘니편 내편’에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은 실정이다. 아울러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 대부분이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섰고 그 성과도 고무적이었다. 이는 지방정부의 지역 단위 자치분권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한 사례라 하겠다. 이참에 포스트 코로나 정책의 일환으로 중앙정부와 국회가 정당공천제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주면서 온전한 지방자치를 지향해 보는 건 어떨까. 기존에 약속한 지방분권의 속도를 높이면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어색하게 입고 있는 기초의원 선거부터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해 나가주면 좋겠다.

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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