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황새등’ 복원에 적극 나서야
[경일포럼]‘황새등’ 복원에 적극 나서야
  • 경남일보
  • 승인 2020.08.02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앞으로의 화두는 산림복원에 있다. 코로나 19로 방콕이 늘어나는 요즘 치유해 줄 수 있는 곳은 나무와 숲 그리고 산림이다. 훼손되어 망가진 숲을 자연치유의 숲으로 바꾸어나가야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가까운 곳에 시급히 복원해야 하는 곳이 있다. 진주시 상봉동 봉원초등학교 일원 대롱골 동편 ‘황새등’으로 불리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황새등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느 지역이고 그 지역의 역사를 아는 것은 관심 있는 사람과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었던 어른들이 전부다. 황새등은 이곳 지형의 생김새가 황새가 고동의 눈을 부리로 찍으려고 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유래되었다. 특히 진주 비봉산의 지맥이 대롱골의 이 황새등과 연결되면서 예로부터 ‘인물’이 많이 났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설화는 태조 이성계가 진주에 인물이 많이 나고 있음을 인식하고 무학대사를 시켜 그 연유를 알아보게 하면서 유명해졌다고 전해진다. 태조 이성계의 지시에 따라 무학대사는 비봉산과 황새등을 둘러 본 후 그 주위의 형세가 매우 좋으며, 그 중 황새등의 생김이 감탄할 정도였으니 이로 인해 진주에서 인물이 많이 난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성계는 진주 인물들을 경계하기 위해 그 맥(상봉동 전 651-2번지)을 자르기로 하고 밑넓이 5m, 높이 7m, 윗넓이 20m로 황새등을 토막냈다고 한다. 이후로는 진주에서 그전보다는 인물이 많이 나지 않아 이성계가 안도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에 ‘상봉동지편찬위원회’는 600여 년 동안 끊어진 황새등의 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2009년 12월 ‘상봉동동향토사편찬위원회’를 결성하고 비봉산 자락의 흔적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만남과 의논을 거듭하면서 2012년 7월 상봉동지를 편찬하고,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상봉동 황새등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그 지역의 주민이 아니고서는 알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필자가 황새등이라는 전설을 지닌 곳을 둘러보았다. 산이라고 하기에는 야트막한 자리에 밭 경작으로 훼손 아닌 훼손이 일어나고 있고, 요즘처럼 집중호우가 닥치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토양으로 다락밭 형상이었다. 산지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 지역의 인물이 많이 난다는 전설은 단지 전설로만 알고 지내기에는 생각할 바가 많다. 이런 곳이 그저 밭으로 경작되고 비만 오면 산지 재해에 취약하다면 전설은 무의미한 이야기로 전래하고 말 것이다. 더구나 인근 아파트로 연결된 절개된 곳도 칡 등으로 덮여 그 흔적이 묘연하고, 경관 또한 불량하다. 물론 그 위에 올라서니 진주라는 도시가 한눈에 들어와 숲으로의 복원을 시행한다면 명품 숲으로 자리바꿈할 곳이라 해도 더할 나위 없었다. 이러한 복원은 시대적 화두이기도 하고 또 지자체와 주민들이 나서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곳곳에 파헤쳐지고 훼손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러나 먼저 황새등과 같이 유구한 전설과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라면, 또 그곳이 복원 후 가치가 크게 증대된다면 이는 그냥 두고 볼 곳은 아니다.

어느 지자체나 그 지역의 전설을 근거로 스토리텔링을 곁들어 문화자원으로 활성화하는 추세다. 이는 지역 자원을 활성화하는 차원뿐 아니라 밭이나 기타 무방비하게 이용하고 있는 곳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국토보전적, 경관보호적 차원의 이야기다. 가치 없이 이용되는 곳을 경관자원으로, 숲 치유공간으로, 지역 주민의 건강과 문화자원으로의 활용을 극대화하자는 차원으로 복원하여 효율적으로 지역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황새등이 위치한 지역은 아파트와 가옥 등 밀집 지역으로 이 지역 주민들이 마땅히 쉴 공간이 없다. 공원화된 장소가 불비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역에서도 균형적인 공공재로서의 효용을 못 받는 형편이다. 혹여 황새등의 복원으로 전설처럼 지역의 큰 인물이 나온다면 그 또한 지역과 국가 발전에 얼마나 큰 득인가. 그 중심에 황새등의 복원이 있다. 비봉산과 선학산의 제모습찾기의 일환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복원이다. 버려지고 잊히고 있는 좋은 자원을 복원하여 지역민에게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숲 치유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지자체의 과제이기도 하고, 지역민들의 일심동체적 노력에서 가능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