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제갈량 거품빼기
[경일칼럼]제갈량 거품빼기
  • 경남일보
  • 승인 2020.08.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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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정사 삼국지 즉 삼국지는 진수가 3세기 말에 위촉오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이고, 삼국지연의는 14세기말 나관중이 삼국지를 편집한 역사소설이다. 칠실삼허라는 삼국지연의를 우리말로 옮겨 출판되고 있는데 ‘연의’를 더하고 빼니 삼국지로 되었다. 우리말 삼국지 독자는 비율 三의 허구를 담은 정사 삼국지가 아닌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읽는 것이다. 특정 등장인물을 과장되게 묘사하여 바른 평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말 삼국지는 역사서가 아니므로 ‘소설 삼국지’라 하자!

소설 삼국지 속의 제갈량은 어떤 인물일까! 삼고초려는 당연하다는 몸값을 보인다. 오십에 가까운 유비는 27세 제갈량 대하기를 스승처럼 했다. 유비와 결의형제를 맺은 관우와 장비가 제갈량에 대한 유비의 태도가 지나치다고 불평을 하고, 유비는 두 동생에게 제갈량을 얻은 것은 마치 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같으니 불평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른바 수어지교(水魚之交)란 말이 생겨난 연원이다.

천하를 삼분하고 맹획을 칠종칠금 하는 등 세상을 놀라게 한 제갈량, 사마의는 제갈량과 지략을 겨루다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쫓았다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제갈량이 사후까지 공을 들인 촉한은 망하고 사마의는 손자 사마염에게 진(晋)으로 삼국을 통일하는 기반을 닦았다.

제갈량의 화살대출 사건과 바람을 빌어 왔다는 적벽대전의 백미로 꼽힌다. 주유 “군중에 화살이 부족합니다. 화살 10만 개를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거부하지 마십시오.” 제갈량 “수군 600명과 청포로 장막을 친 배 20척을 빌려 주면 3일안에 마련하겠습니다.”

3일차, 갑작스런 출현에 놀란 조조군은 화살을 쏘아대며 공격에 나섰다. 조조군의 화살은 쏘는 족족 선박의 장막에 꽂혔다. 화살을 충분히 수거한 배가 뱃머리를 돌렸지만, 안개가 너무 짙어 추격할 수 없었다. 제갈량은 군사들에게 “승상! 화살 감사합니다.”를 크게 외치게 한다.

주유는 산꼭대기에 서서 강 건너 조조의 진선들이 수상 영채로 들어가는 것을 한참 바라보더니 갑자기 나자빠지고 선혈을 토해내며 인사불성이 되었다. 제갈량이 찾아와 처방전을 슬며시 내미는데 ‘조조를 깨려면 화공을 써야 하는데, 만사가 갖추어졌으되 오직 동풍이 없도다!’로 적혀있다.

주유는 자신의 마음이 간파 당하자 경계하면서 제갈량에게 방책을 물었다. 제갈량은 남병산에다 칠성단을 쌓고 군사 120명을 손에 기번을 잡고 단을 둘러싸고 서있도록 해주면, 술법을 써서 3일 동안 거센 남동풍을 빌려 오겠다고 호언장담한다. 제갈량은 208년 11월 20일 갑자일 길일에 목욕재계 후 도의를 입고 맨발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칠성단에 올라가서 모든 것의 방우가 바로 되었는가를 보고나서 향을 피우고 물그릇에 물을 붓고 하늘을 우러러 축원한다.

삼경이 되었다. 주유가 막사를 나와 깃발을 보았다. 서북쪽을 향해 깃발이 힘차게 나부꼈다. 동남풍이 불기 시작했다. 주유는 전군에 공격명령을 하달하면서 군사를 풀어 제갈량의 수급을 베어오라고 지시했다. 제갈량은 조자룡으로 하여금 미리 대기시킨 쾌속선을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삼국지에 제갈량의 지략이 적벽대전의 향방에 영향을 주었다는 기록이 없다. 패인은 대규모 전염병이었다. 삼국지 위서 무제기 건안 13년 12월, 조조는 적벽에 도착하여 유비와 싸웠지만 형세가 불리했다. 이때 역병이 크게 유행하여 관리와 병사를 많이 잃었으므로 군대를 이끌고 돌아왔다.

‘소설 삼국지’를 펼치면 ‘괴상하고 허탄한 일과 근거 없는 말’로 편집된 적벽대전에 이르러 나관중의 ‘상상의 늪’에 깊숙이 빠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제갈량은 예나지금이나 그대로 이건만 과대 포장을 지금도 하고 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거품을 걷어내야 향기로운 진면목을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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