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오! 宙여
[경일춘추]오! 宙여
  • 경남일보
  • 승인 2020.08.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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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민 산청군청 기획조정실 공보계 주무관

 

집값이, 전세가가 들썩인다.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인다. 뭐, 아무튼. 저건 집값이 9억원은 훌쩍 넘어간다는 서울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말썽을 피우기 시작하자 나도 사정이 달라졌다. 오래된 집이라 ‘빠른 시일 내에 이사를 가야지’ 하는 마음은 먹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결정적인 한 사건을 계기로 ‘지금 당장 이사 가야한다’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고민의 시작이다. 큰 고민 없이 지낼 때는 잘 몰랐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사는 동네에 살만한 집이 없다.

이 말을 들으면 ‘그 동네에 집이 왜 없어’라고 말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서른아홉인 젊은(?) 나이에 적어도 주택담보대출을 15~20년 받는다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이처럼 큰 돈을 주고 사고 싶은 집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집은 거의 대부분 건령 15년 이상을 바라보는 집들이다. 물론 5년차, 2년차 집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젊은 집들은 비싸다. 평단가가 좀 싸다 싶으면 평수가 너무 넓다. ‘시골이라 그런가, 왜 이렇게 집을 크게 짓나’ 원망도 해본다. 그러니 가격이 높다. 대출 규모가 커진다. 포기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내가 살고 싶은 이 동네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차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거리지만 개인적으론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훨씬 마음에 든다.

어쨌든, 이왕 대출까지 내서 큰 돈 주고 사는 인생 첫 아파트이니 정을 들여 보자. 앞으로 이사를 갈 동네에 수 십년 만에 처음 지어지는 아파트이고, IC도 가까이 있고, 주변에 새로운 아파트 건설 예정부지도 있고(언제 지어질지는 모르지만), 결정적으로 인근의 새 아파트 중에 가격만 놓고 보면 받아 들일만한 금액이다. 평 단가는 욕이 나올 정도로 비싸긴 하지만.

결정은 했느니 이제 기도만 남았다. 속 썩이지 않고(그 동안 만났던 집들이 애를 많이 먹였다) 15년, 20년 같이 잘 살아주길 바란다.

오! 宙(주)여. 부디 넓은 아량으로 예민하게 굴지 마시고 우리를 보듬어 주소서. 바라는 건 오직, 우리 가족 마음 편히 지낼 작은 공간뿐이니.

宙여. 이 작은 소망 허락하시어 대출이 끝날 때 까지 별 탈 없이 우리를 지켜주소서.

추신-중간에 몸값이 좀 올라주시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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