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천도(遷都)와 국가의 흥망성쇠
역사 속 천도(遷都)와 국가의 흥망성쇠
  • 경남일보
  • 승인 2020.08.0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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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행정수도 이전’으로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수도를 옮기는 천도(遷都) 논란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달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와대와 정부 부처, 국회도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대통령과 여권 대권 잠룡들까지 나서 천도에 힘을 실었다. 반면 통합당 등 야당에서는 민심 악화 등 악재를 돌파하기 위한 여권의 국면전환용 카드라고 비판하지만 반대 목소리는 크게 내지 않는다. 천도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5000년 역사를 더듬어 보면 천도를 했던 사례는 많다. 대체로 천도 이후에 나라는 흥(興)했고, 성(盛)했다. 반면 천도하지 않고 오랜 기간동안 한 수도에만 있었던 나라의 운명은 망(亡)이었고, 쇠(衰)였다. 고구려는 국내성으로 천도한 이후 한사군과 주변국을 복속시키는 등 영토가 크게 확장됐고, 평양성으로 천도한 이후에는 3대에 걸쳐 최전성기를 누렸다. 신라는 삼국을 통일함으로써 강력한 국가가 될 것이 예상됐다. 하지만 수도였던 서라벌로 권력과 재원이 집중되는 폐해로 인해 더 이상 확장되지 못했으며, 이후 쇠락과 혼란을 거듭하다가 멸망의 길을 걸었다. 발해는 오동산성을 수도로 하여 건립된 이후, 중경성, 상경성, 동경성으로 천도했다가 다시 상경성으로 재천도했다. 천도한 이후에 영토확장과 경제적 부흥을 함께 이뤄 해동성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력이 강했으며, 중국도 두려워 할 정도였다. 고려는 철원에서 건국됐다. 개경으로 천도한 이후 후삼국을 통일했으며, 국력이 강해졌다. 조선은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했다가 다시 개경으로 환도했고, 또다시 한양으로 재천도했다. 한양 재천도 이후에 조선은 우리나라 역사 최고의 태평성대 시기인 세종시대가 열렸다.

고구려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보면 천도 후에는 정치, 경제, 사회적 체제, 즉 국가의 체제가 정비됨으로써 중흥기를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구려는 국내성 천도 후에 강국으로서의 기틀이 마련됐으며, 평양 천도후에는 최대 전성기를 구가했다. 발해는 4번의 천도 과정을 통해 영토 확장과 정치적, 경제적 발전을 이뤄 그 위상이 중국을 넘어설 정도였다. 고려 역시 개경 천도 후에 후삼국 통일을 이루는 위업을 달성했다. 조선도 한양으로 천도한 후에 영토가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확장됐고, 정치, 경제, 사회, 과학기술까지 비약적으로 발전, 백성의 삶이 가장 윤택했던 세종시대를 맞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천도를 한번도 하지 않은 신라는 삼국통일 이후 수도로 모든 권력과 재원이 집중되는 폐해가 계속됐다. 이로 인해 지방은 황폐화됐고, 삶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고, 민심 이반도 심각했다. 극심한 국론분열로 쇠락의 길을 걷다가 멸망했다.

역사에서 천도를 했던 시대에는 융성기를 맞았다. 반면 한 수도에만 오랫동안 머물었던 시대는 쇠락기였다. 수도에 모든 것이 몰린 불균형이 부의 편중, 지역간 격차, 양극화를 초래했고, 이는 민심이반과 국론분열을 가져와 쇠락의 길을 걷게 했으며, 결국 국가를 멸망케 했다. 만약 천도로 분산했다면 그 시대의 위기를 넘기고 재도약함으로써 멸망되지 않고, 더 길게 존립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이 수도가 된 지가 600년을 넘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한 수도에만 오랫동안 있었던 그때 시대 상황과 닮아 있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 할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망국적 불균형이 심각하다. 그 해결책이 천도가 될 수 있다. 그러지 못하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쇠락의 길을 걸다 망할 가능성이 높다. 권력, 돈, 사람 등 모든 재원이 수도로 집중됐던 폐해가 국가의 멸망을 앞당기는 주 원인이었음을 역사는 알려주고 있다. “인간은 역사에서 살 길을 배운다”고 했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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