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바람 탈출했죠”
“잠옷 바람 탈출했죠”
  • 정규균 일부 연합
  • 승인 2020.08.0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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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제방 붕괴로 주민 156명 대피
태풍 북상 소식에…언제 집 가나 막막

■창녕 장천리·이방면 수해 현장

창녕군 이방면 우산마을 인근 낙동강 본류 제방 일부가 유실돼 낙동강물이 유입되면서 주민 150여명이 대피했다.
창녕군 이방면 우산마을 인근 낙동강 본류 제방 일부가 유실돼 낙동강물이 유입되면서 주민 150여명이 대피했다.

“낙동강 제방이 무너져 마을에 물이 많이 찰 것 같습니다. 주민 여러분은 대피할 준비를 하십시오.”

매섭게 퍼붓던 폭우가 점차 잦아들던 9일 오전 4시 50분께 창녕군 장천리 구학마을에서 이장의 다급한 외침이 시작됐다.

단잠을 자던 주민들이 소지품 하나 없이 잠옷 바람으로 집을 나섰을 때는 이미 발목까지 물이 들어찬 상황이었다.

방송이 시작된 지 10분 남짓 흘러 다시 한번 마을 방송이 시작됐다. “마을에 물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당장 피신하십시오”

불어나는 흙탕물을 피해 주민들은 지대가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대피가 어려운 어르신 8명은 승용차를 타고 마을 밖으로 빠져나왔다. 3차례에 걸쳐 투입된 대피 차량 중 마지막 차량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성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 진입조차 어려웠다.

마지막 차량에 올라탄 한 70대 주민 A씨는 “키가 작아 허벅지 근처까지 강물이 올라와 조심하면서 차량에 올라탔다”며 “행여 넘어질까 정신이 아득했다”고 하소연했다. 마을서 만난 주민 김경순(72) 씨는 “양말 한 켤레 챙기지 못해 맨발로 나왔다”며 “태풍 소식까지 들려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9일 오전 4시경 창녕군 이방면 우산마을 인근 낙동강 본류 제방 30미터가 유실됐다.

이로 인해 장천리 구학마을과 죽전마을 등 2개 마을 농경지 350 헥타르가 침수 됐다. 또 마을과 떨어진 저지대 주택 5채도 침수 됐다.

마을이 침수되면서 2개 마을 주민 156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장천리 우산·곡척·우미마을과 인근 송곡리, 거남리 주민도 대피 준비를 하고 있어 수재민은 늘어 날것으로 예상한다.

창녕군은 낙동강 물 범람으로 이방면 장천마을 방면 지방도 1032호 와 군도에 더 이상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1차 저지선을 구축했다. 이 지역은 이방면 장천배수펌프장 배수문 고장으로 인한 배수 불량과 낙동강 제방 20∼30미터가 유실되면서 침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은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200미터 지점으로, 낙동강 좌안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을 보트로 구조하는 한편 이 마을로 통하는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마을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함께 있는 이장 B(63) 씨는 “낙동강 제방이 없던 시절부터 이 마을에 산 어르신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보다 최대 1.5m 물이 들어찰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추가로 대피할 시 필요한 생필품을 챙기고 있다. 마을이 경사가 있고, 산지로 연결돼 있어 물이 더 들어찬다면 주민들은 고지대로 이동할 계획이다.

정규균기자·일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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